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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오로라는 다음 기회에>

by 왕드레킴

45분의 짧은 비행으로 도착한 레이캬비크 공항. 우리가 처음 입국한 공항은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이었다.

여행을 준비할 땐 지명이 익숙하지 않아 공항의 이름과 위치도 상당히 헷갈렸었다. 레이캬비크 공항은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공항이라 시내까지 접근하기 아주 편리하다. 로컬 버스를 타고 15분이면 그 유명한 할그림스키르캬에 도착하니 말이다.


아이슬란드 입국 전엔 따로 환전하지는 않았다. EU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슬란드 화폐인 크로나도 타국에서 미리 환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물 한 병을 살 때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상용화되어 있기도 하다.

그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크로나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해외에서 아이슬란드의 화폐가치가 저평가되면서 아이슬란드를 찾는 관광객들은 쓸 만큼만 환전하지 않으면 쓰다 남은 아이슬란드 크로나를 처분할 곳이 없게 되었다. 그런 만큼 신용카드를 주로 쓰게 되었고 현재는 신용카드 한 장만 있으면 아이슬란드 여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는 로컬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야 하는데 버스는 현금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뿔싸!

생각지 못하게 공항에서 현금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현금 서비스 2,000ISK를 받아 공항 매점에서 초콜릿 바를 하나 사면서 작은 단위의 돈으로 바꿨다. 아이슬란드 화폐를 만져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이슬란드 돈을 구경해 보는구나.

KakaoTalk_20230904_181128316.jpg?type=w1 1,000 ISK는 약 1만원

다시 뚜벅이 신세가 된 우리 가족은 시내버스를 타고 레이캬비크 시내로 갔다. 레이캬비크는 세계 최북단의 수도이다. 여행의 끝판왕이라는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배낭객들과 관광객들이 여행을 시작하고 또 마무리하는 도시로 시내는 많은 인파로 분주하다. 우리가 일주일 동안 여행한 다른 지역들과는 확실히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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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생각하니 1분 1초가 아쉬워진다. 빨리 짐을 숙소에 두고 나와 시내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무거운 트렁크를 끌고 열심히 숙소로 걸어갔다.

숙소는 내일 블루라군 가는 셔틀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위치로 예약했는데 숙소비용이 만만치 않은 도심이지만 그동안 모아 온 호텔스닷컴 리워드를 이용해 꽤 괜찮은 숙소를 예약했더랬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열심히 걸어 숙소에 도착했지만 약속된 장소에 열쇠가 없었다. 호텔스닷컴을 통해 집주인에게 연락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며 아파트 현관 앞에 기다리는데 시계를 보니 한숨이 나온다. 아까운 내 시간아~~. 벌써 30분,, 한 시간을 까먹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은 사람. 결국, 옆집에 사는 사람인지 현관에 들어가는 틈을 타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가 예약한 곳으로 올라가 주인이 전화로 알려준 비밀 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니 식탁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열쇠 꾸러미. 아마도 청소를 담당한 스테프가 나가면서 열쇠를 깜빡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우리가 예약한 집은 럭셔리 그 자체였다. 기다렸던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까 하는 순간 이번엔 주방 상태가 이상하다. 쓰레기통도 사용한 그대로이고 주방 식기들도 청소가 덜 된듯했다. 일단 사진으로 남겨 호텔스닷컴 측에 이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 여행에서 돌아온 후 보낸 컴플레인에 대해 보상을 받았다.)


KakaoTalk_20230904_181128316_08.jpg?type=w1 이 통창으로 오로라를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를 나와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었다. 할그림스키르캬를 중심으로 빌 클린튼 대통령이 방문하고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에 등장해 더욱 유명해진 핫도그 집에 가서 정들었던 아이슬란드 핫도그를 마지막으로 먹고(강릉에서 맛볼 수 있는 '미트볼하우스 미트칠리핫도그'보다 맛있는 ㄱ건 아니더라), 예쁜 울 제품이 있는 상점들도 둘러봤다. 밖은 여전히 밝았지만, 밤 10시가 지나니 상점들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오히려 잘 된 거일 수도 있다. 아이들과 쇼윈도를 구경하며 아쉬움을 달랬지만 오히려 잔잔하게 여행을 마무리하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바람도 없고 구름이 살짝 드리워진 대체적으로 맑은 초겨울의 날씨. 오늘 같은 날 오로라가 관측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로라 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오로나 관측 지수는 2Kp로 관측이 사실상 희박하지만, 왠지 모를 기대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로라 지수가 높아도 구름이 많은 날은 육안으로 관측이 어려운데 오늘은 하늘이 꽤 깨끗해 보였다. 자정이 지나서야 어두워진 하늘. 아주 희미하게라도 오로라를 보고 싶은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두 시가 다 되어가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창밖을 바라보게 된다. 애초부터 오로라에 대한 기대는 없었는데 아이슬란드를 떠나야 한다니 많이 아쉬운가 보다.


오로라 활동 지수는 Kp 지수로 예보하게 되는데 0~9까지 등급을 매기게 된다. 0은 고요함, 1은 매우 약함으로 시작해 숫자가 올라갈수록 강력한 오로라 활동으로 인하여 넓은 범위에서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수가 3 이상일 때 관측이 가능하고 5 이상이면 지자기 폭풍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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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맛있어서 아이슬란드 여행때 주식으로 먹었던 핫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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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그림스키르캬의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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