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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드레킴 Jan 12. 2024

멸종 위기 동물이 대우 받는 나라 (힐스빌 생추어리)

우리 가족은 학원대신 여행 간다

호주 여행을 간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코알라와 캥거루 일 것이다. 유별나게 모든(?) 동물에 애정을 보이는 둘째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한국에 없는 귀여운 코알라와 소문으로만 들었던 근육질 캥거루를 보고 싶은 마음에 신랑에게 동물원을 제안했다. 사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물원은 몇 해 전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과 맹수보호구역을 다녀와서는 더 이상 동물원을 찾지 않았다.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할 그 생명들을 적합하지 않은 기후의 나라에 데리고 와 우리에 가두고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모습이 너무나 불쌍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호주 동물원은 한번 가보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이왕 가는 거 자연에서 뛰어노는 호주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며 알아보고 있던 차에 신랑은 멜버른에 위치한 "힐스빌 생추어리"를 가자고 제안했다. 


"생추어리"? 생소한 이름이다. 나의 낮은 영어 실력이 나오는 순간이기도 하다.


생추어리 (sanctuary)의 사전적 의미는 ‘안식’ 혹은 ‘피난처’로 위급하거나 고통스러운 환경에 놓여 있던 동물이나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의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구역을 말하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 환경과 일반 동물원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동물이 동물답게 평생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치료하고 보호하는 공간을 가리킨다.

현재 미국 전역에만 약 300여 개의 생추어리가 운영되고 있으며, 영국에서도 약 100여 개의 생추어리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국외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운영 중이라는데 호주에서도 많은 생추어리가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몇 군데의 생추어리를 검색한 끝에 찾아낸 힐스빌 보호구역

힐스빌생추어리가 속한 빅토리아주의 비영리단체 ‘주-빅토리아(Zoo Victoria)’는 ‘동물원을 기반으로 한 보전기관’이다. ‘멸종과 싸운다(Fight for Extinction)’는 슬로건을 내 걸고 보전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호주에서는 멸종위기 종 중 20종을 우선순위로 정해 매년 보전 프로그램에 3,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이 중 15종을 사육 상태에서 번식해 지금까지 6종을 자연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특히, 힐스빌생추어리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호주 토종 동물만을 위한 기관’으로 먼 곳이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의미는 충분했다. 


뉴캐슬에서 비행기로 2시간 30분, 우리의 두 번째 목적지 멜버른에 도착했다. 

멜버른에 도착해서 예약해 둔 차를 렌트했다. 멜버른은 호주에서도 대도시에 속하는데 우리가 2박 3일 동안 멜버른에 머물며 가기로 한 곳들은 이동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호주 자동차는 운전석이 오른쪽으로 우리나라와 반대이다. (이것도 영국의 영향을 받은 듯) 어떤 방향이든 거리낌 없는 신랑은 이번에도 씩씩하게 운전대를 잡았다. 그래도 익숙하지 않기에 운전자도 옆에 앉은 조수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이다. 뒤에 앉은 아이들만 신이 났다. 복잡한 도심으로 들어가는 경로가 아니고 외곽으로 가는 운전은 꽤 괜찮았다. 

 공항에서 곧바로 힐스빌로 향했는데 이유는 캥거루 미팅 시간을 예약했기 때문이다. 단 10분의 만남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인데, 우리가 지불한 금액은 멸종 위기 동물들을 관리하고 보전하는데 쓰인다고 해서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 대부분을 잠을 자느라 눈을 감고 있는 코알라를 만나고 싶었지만 일찍 마감이 되었다. 호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특히 이런 특별한 예약은 미리미리 알아보고 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먼저 코알라에게 달려갔지만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생각보다 큼지막한 체구의 코알라~ 자는 모습도 너무나 귀여웠다. 


힐스빌 생추어리(동물원) $271 (4인)

3:10~3:20 ( 캥거루 미팅 시간)

5시에 문 닫음


왜 호주엔 다른 나라에는 없는 특이한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 그 대답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호주가 오래전 다른 대륙과 떨어지면서, 이곳에 사는 동물들은 독립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유칼립투스를 먹고 하루 20시간을 자는 코알라, 조류처럼 알을 낳지만 포유류처럼 젖을 먹이는 오리너구리 등 호주의 동물들은 마치 외계 생명체와도 같다. 오리너구리를 보러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터널(?)에 들어갔을 때엔 너무 어두워 당황스럽기까지 했는데 오랜 시간을 기다리니 암순응에 의해서 오리너구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힐스빌은 사육 상태에서 처음으로 오리너구리를 번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호주에는 이 특별한 동물들을 알리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생추어리에서 보호하고 있는 또 다른 특별한 동물들이 있는데 태즈메이니아데빌, 웜벳이었는데 책과 털인형으로 만 봤던 아이들을 만나니 너무 신기했다. 그중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멸종위기 동물인 태즈메이니아데빌은 205마리를 치료하고 번식시키고 있다고 해서 정말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갓 태어난 작은 데빌들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데빌(devil)이라고 하기엔 너무 귀여웠다.

힐스빌 생추어리를 서너 시간 천천히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코알라가 있는 곳으로 다시 한번 가봤다. 

혹시 일어났을까? 


"우와~~~ 얘들아!! 코알라 눈떴어!!!" 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코알라가 놀라 나무에서 떨어질까 봐 소리를 죽이고 몸으로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운이 좋게 우리는 너무 귀여운 코알라가 눈을 떠서 유칼립투스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한참 지켜볼 수 있었다. 


호주 여행에서 돌아온 후 우리나라의 생추어리가 궁금해졌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대표적인 생추어리는 ‘새벽이 생추어리’ ‘화천 곰 보금자리’ ‘달뜨는 보금자리’ 등이다. 새벽이 생추어리에는 2019년 경기도 한 종돈장에서 구조된 돼지 ‘새벽이’와 실험동물이었던 ‘잔디’가 산다. 화천 곰 보금자리에는 동물단체 카라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폐업한 농장에서 구조한 사육곰 13마리가 살고 있다. 동물해방물결이 2021년 구조한 홀스타인종 소 5마리는 달뜨는 보금자리에서 지내고 있다.


소똥을 먹고살아 소똥구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보호종 소똥구리, 우리나라의 고유종인 금개구리, 보금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저어새, 겁이 많은 사향노루, 호랑이와 함께 범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한국 표범등 많은 한국의 멸종 위기 동물들이 있지만 보호, 관리에는 투자와 관심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지난해 아이들과 방문했던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멸종 위기종 복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생물종 보전 정책을 수립 및 운영하고그에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하고멸종위기종 보호 교육 및 홍보 등의 일을 하고 있다는데, 호주나 미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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