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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드레킴 Jan 14. 2024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퍼핑빌리의 힘(멜버른 근교여행)

우리 가족은 학원 대신 여행 간다

 호주 여행에서 울루루로 향하는 경유지로 멜버른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항공 스케줄 때문이다. 멜버른 공항은 대도시인 만큼 많은 국내외 노선들이 취항한다. 그만큼 다양한 시간대의 노선들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고 우리 가족처럼 길지 않은 휴가를 알뜰하게 사용해야 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조건이다. ( 시드니에서 바로 울루루 에어즈락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도 있지만, 항공 스케줄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늦은 오후에 출발하는 경우 오전에 특별한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공항으로 가야 하고 또 도착하면 해가 넘어가는 저녁 시간이 되기 때문에 결국 애매하게 이동하는데 하루를 다 허비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비용도 훨씬 더 비쌌다. 반면 멜버른-울루루 항공편은 정오에 출발하는 일정이라 조식을 먹고 바로 공항으로 이동, 울루루에 도착해서도 오후 일정을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항공 스케줄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볼거리가 없다면 멜버른까지 오지 않을 것이다. 힐스빌 생추어리와 함께 멜버른을 경유하게 된 또 하나의 매력적인 관광지는 올해로 123년이 된 “퍼핑빌리 증기 기관차”가 있는 퍼핑빌리 레일웨이이다.

1899년 7월 기찻길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이듬해인 1900년 4월 운행을 시작한 정말 오래된 역사와 함께 운행이 되고 있는 증기기관차인데 아이들 어릴 때 한 번쯤은 푸욱 빠지는 에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의 모티브가 되기도 해 더욱 유명해졌다.


전날 힐스빌 생추어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BIG4 야라 밸리 파크 레인 홀리데이 파크에서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기차역이 있는 단데농으로 향했다. 한 시간 남짓 높은 산자락에 위치한 마을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열대 우림이라고 느낄 정도의 키가 하늘만큼 높은 울창한 나무들과 그 사이로 내려쬐는 햇살에 차 창문을 내리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휴양림에 온 듯 깊은 호흡을 내쉬었다. 굽이굽이 올라가는 2차선 도로라 속력을 내지 못했지만 차라리 그 점이 더없이 좋았던 시간이었다.

100여 년 전 이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증기 기관차는 생명선과도 같았을 것이다. 승객 외에도 기차는 멜버른에서 우편물, 소포, 신문, 부패하기 쉬운 물건, 가정용품, 농장 필수품, 가축 및 일반 물품을 운반했고 다시 멜버른으로 돌아가는 기차에는 목재와 농산물, 특히 코카투 젬부르크(Cockatoo-Gembrook) 지역에서 재배한 감자가 큰 고객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53년에 엄청난 산사태로 인해 선로가 막혔고 이 마을은 지속적인 경제적 손실과 결합되어 결국 1954년에 노선이 폐쇄되었다고 한다.

단절된 이 지역에 빅토리아주 정부의 협조와 지원을 받은 자원봉사자들은 오랜 복원 공사를 거쳐 1962년 벨그레이브에서 멘지스 크릭, 1965년 에메랄드, 1975년 레이크사이드, 마지막으로 1998년 10월 젬브룩까지 노선을 재개통하게 되었다.


기차 덕후 가족은 아니지만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옛날 방식 그대로 석탄을 떼고 증기를 뿜어내며 달리는 기차를 타보는 건 충분히 매력적이다. 토마스와 친구들의 배경이 되어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 기차여행.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기차를 탈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 가족은 몇 가지 옵션 중 벨그레이브역~ 레이크사이드역 (1시간 소요), 50분 정도 쉬었다가 다시 벨그레이브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예약했다.

이 노선에서 나무다리를 건너는 하이라이트 구간의 좌석 위치 때문에 여행을 준비할 때 정보를 찾아봤는데 오른쪽이니 왼쪽이니 의견이 다양하더라.


자~ 직접 탑승해 본 결과:

벨그레이브 출발 시 오른쪽 좌석

레이크사이드 출발 시 왼쪽 좌석


LAKESIDE TO GEMBROOK RETURN

OPERATES ON WEEKENDS
TIME | 45 mins each way (Allow 3 hours)

FARES | $31.00


단데농 숲속마을을 가로지르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있으면 마치 100년 전의 과거로 향해 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옛날 그대로 옷차림을 한 하얀 털북숭이 기관사들의 종소리. 칙칙폭폭 하는 소리와 함께 곧이어 굉음을 내며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 기차 난간에 걸터앉아 아마존 부럽지 않은 울창한 산속을 뚫고 달리는 열차가 남녀노소 모두 다 즐겁기만 하다. 기관차 매연과 속력을 낼 때 불어오는 석탄가루 섞인 바람에 눈을 찌푸려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몇몇 정류장을 지나치다 보면 차가 지나가는 신호에 마을길에 멈추게 되는데 이 마을 사람들은 여유 있게 손을 흔들어주며 관광객을 환대해 주는데 이 장면 또한 참 정겹다.

오늘날 퍼핑 빌리의 성공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결성된 퍼핑 빌리 보존 협회(Puffing Billy Preservation Society)의 열정적인 회원들에 의한 작은 구조의 시작에서부터 발전한 결과물인데 현재까지도 기부금과 자원봉사자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꾸준한 노력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퍼핑빌리 증기 기관차가 앞으로도 끊기지 않고 또 다른 100년을 칙칙폭폭 달려주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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