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밸류어블 Jul 28. 2019

'티끌 모아 태산' 감각을 저축하는 마케터

당장 나가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라~ 나도 모르게 뼈 속까지 스며들도록!

"저... 오늘... 시장조사 좀 다녀와도 될까요?" 왠지 모르게 눈치가 보인다.

"왜? 어디로 갈 건데? 경쟁사에서 신제품이라도 나왔니?... 흠... 꼭 가야 하는 거니?"
(그리고 생각에 잠긴 뒤 찜찜한 듯 한 목소리로)
"그래~ 뭐 꼭~필요하면 다녀와." 뭔가 의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관찰한다.

"시장조사, 다녀왔습니다."
"응, 그래? 어디 어디 다녀왔니? 뭐 좀 새로운 거 나왔니?
 그거 보는데 그렇게 오래 걸렸어? 어디서 놀다 온건 아니고?

내일 아침까지 보고서 작성해서 제출해"


헐~~~ 마케터라면 이런 상사와의 대화가 익숙할 것이다.

(이런 상사가 없다면 그 회사는 진짜 마케팅을 할 줄 아는 회사라고 장담한다.)
시장 조사 한번 나가는 게 엄청 눈치 보이고, 분명히 일하고 왔는데도 놀다 온 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하고 반드시 업무와 관련된 곳을 방문하고 조사하여 보고를 하거나 심지어 매번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정말 놀고 온 것도 아닌데, 더럽고 치사해서 그냥 책상 붙들고 인터넷으로 시장조사 할란다.'라는 생각도 든다.


단언컨대

시장조사 나가는 마케터에게 눈치 주는 상사는 진정한 마케터가 아니다.
그 상사는 시장조사 나가서 그냥 놀다 온 경험이 많은 상사일 가능성이 높다.


마케터에게 시장조사란

'티끌 모아 태산'의 정신으로 감각을 저축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
마케터에게 로또 같은 단번의 대박은 없다.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어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나만의 감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며 시장조사는 그것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위의 사진은 'SABON'이라는 브랜드의 바디 클렌저...
누가 어떤 생각으로 개발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페인의 한 market에서 난 SABON을 단번에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SABON의 브랜드 매니저도 아마도 이런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지 않았을까?


난 화장품 회사 마케터로 25년을 살았다.

그동안 많은 회사를 경험하고 많은 리더들을 만나 일해왔지만...
시장조사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편견, 심지어 마케팅 부서의 리더들 마저도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1. 시장조사는 반드시 해당 카테고리로만 나가야 한다.(예를 들면 화장품 마케터는 화장품 샵으로)
2. 시장조사 나가면 대충 놀다 차 한잔 마시고 퇴근하는 거 아니냐?
3. 특히 해외 시장 조사는 놀러 가거나 관광하러 가는 거 아니냐?
4. 큰돈 들이고 해외시장 조사 가면 반드시 카피할만한 제품 한두 개는 건져와야 하는 거 아니냐?

5. 시장조사 뭐하러 나가냐? 인터넷에 웬만한 건 다 나온다. (진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난 요즘도 가끔 후배들을 만나면 나의 첫 직장 생활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고마운 첫 직장. 23세 대학교 4학년 꽃다운 나이에 입사한 첫 직장은 나에게 꿈같은 직장 생활을 선사해 주었다. 그때 난 이렇게 주변에 얘기하고 다니곤 했다.
"직장 생활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어요! 대학 생활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그 회사의 대표이사님은 당시 30대 후반의 젊은 유학파 멋쟁이 사장님이셨고 국내 화장품 업계에 최초로 Brand Manager 개념을 도입한 매우 감각적이고 앞서가는 분이셨다.

그분은 항상 마케터들에게 말씀하셨다.
"마케터는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 감각적이고 감성이 풍부해야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 아이디어 회의는 청담동 카페에 가서 하고 회식은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에서 하고, 요즘 젊은 여성들이 자주 가는 곳에 가보아라. 패션쇼도 가고, 전시회도 가라. 업무시간에 가도 좋다. 그것은 업무의 연장이다." 

일 년에 적어도 2~3번 해외 출장을 보내주셨고, 넉넉한 출장비와 자유로움을 주셨다.

그러니 직장 생활이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해외 출장이 흔치 않았던 90년대 중반, 나는 이태리, 프랑스, 영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 전시회를 보고 시장조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브랜드 네이밍 브레인스토밍을 하기 위해 호텔룸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가기도 하고, 무작정 청담동 어는 카페의 윈도우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여성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자유로운 만큼 물론 책임감도 컸다. 입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바로 신규 브랜드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어 신입 사원 주제에 브랜드 론칭 전략을 세우고 신제품을 기획하고 엄청 높은 분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다. 브랜드 매니저라는 제도 자체가 90년대의 수직적인 업무 조직도를 탈피해서 직급이나 연차와 상관없이 본인의 담당 브랜드의 책임자가 되는 것이었기에 엄청 빡세게 훈련을 받은 셈이다.

난~ 그때의 경험들이 25년 브랜드 매니저 생활의 탄탄한 밑거름이 되어주었다고 자신한다.

나를 감각 있고 창의적인 마케터가 되는 훈련

탄탄한 시장조사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전략을 세울 수 있는 훈련

나이에 상관없이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설득할 수 있는 훈련

오랜 시간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베이스가 되어 얕은 주변의 이야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훈련


아이디어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얻어야 더욱 유니크한 법이다.

화장품 회사에 다닌다고 매일 화장품 시장조사만 하면 물론 거기에서 얻는 아이디어도 있긴 하겠지만
생각의 폭이 넓혀지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마켓에 과자를 사러 갔다가도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습관

이 과자 봉지가 어느 날 나의 상품의 중요한 아이디어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시장조사하는 방법에 대하여...

1. 자신의 업종, 업계 관련 시장조사를 통해 업계 트렌드를 항상 파악하는 것은 기본
2.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다양하게 보고 체험하라. 모두 IDEA의 소스가 될 수 있다.
3. 절대 인터넷으로만 시장 조사하지 마라.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과 실제로 체험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4. 한 번의 시장조사로 IDEA를 얻는다는 기대는 하지 마라. 꾸준히 끊임없이 하라.
5. 부하직원에게 보고서를 요구하지 말라. 보고서를 위한 시장조사를 하게 하지 마라.
6. 사진 찍고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라. 끄적 그려 놓은 메모가 소중한 아이디어가 되는 날이 온다.
7. 회사-집 밖에 모르는 마케터는 성공할 수 없다. 무조건 싸돌아다녀야 하나라도 건진다.

세상엔 수많은 핑크빛 립스틱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모두 핑크라고 부르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잘 팔리는 best seller 컬러가 있다.
수많은 마케터 중 유니크한 아이디어로 다른 마케터와 차별된 나만의 컬러를 가지려면 IDEA의 싸움과 전략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가 다져져 있어야 한다. 시장조사는 그 기본기를 위해 평생 함께해야 하는 tool이라고 생각한다. 나가서 보고 듣고 느끼는 순간순간이 모여서 당신만의 유니크 컬러, 감성이 될 것이다.


같은 것을 보고도 나만의 해석을 하고 나만의 관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촉~

그것을 위해 매일매일 쉼 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온 몸의 감각을 곤두세우고 감성을 저축하기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창의력은 타고나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