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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어블 Aug 09. 2019

창의력은 타고나는 걸까?

창의력 있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면...

나는 현재 미국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아들을 둔 엄마이다.

(아빠의 일 때문에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미국에 와서 벌써 3년 반이 흘렀다.)

아이의 전공과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시기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STEM(Science / Technology / Engineering / mathematics)이 대세이다. 특히 한국은 더욱 그런 것 같다. 이과가 아니면 취업도 잘 안되고, 얼마 전 어느 대학에서는 축제기간에 이과생들이 문과생을 폄하하는 현수막을 걸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미국에서 살다 보니 특히 한국에서 중,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온 아이들의 경우, 아무래도 영어에 한계가 있어 더욱 수학, 과학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미국에서 산 시간이 길지 않다 보니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다시 들어갈 계획을 하는 아이들이 많고 그로 인해 한국에서의 취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남학생들 10명 중 9명은 STEM을 전공하려고 한다. 여학생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니... 안타깝다고 표현하면 우리 아들에게 좀 미안하지만, 우리 아들은 문과생인 엄마와 아빠의 DNA를 너무나도 충분히 물려받아 감성적이고 아티스틱한 멋진(내 눈에^^), 그리고 수학이나 과학은 억지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해서 하는 그런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21세기, 4차 산업 혁명의 시대,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상에서 STEM을 전공하지 않는 남자는 과연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수학,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STEM의 길에 밀어 넣어야 하는가? 대기업 취업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야 하는가?라는 질문들이 수없이 나를 긴장시키고, 누군가는 STEM을 전공하지 않으면 밥 먹고 살기 힘들 수가 있다는 협박 아닌 협박으로 나를 불안하게 한다.

하지만...

난 절대 아이에게 STEM의 길을 단 한 한 번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리 아이의 창의력, 감성, 감각, 촉, 섬세함... 작은 불씨이지만 언젠가는 빛을 발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그것들이 STEM만큼 중요한, 아니 그 위에서 컨트롤하는 역할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더 취업이 잘되거나, 더 많은 돈을 벌거나, 더 유망한 직업이 되지는 않을지라도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자기의 장점을 내세워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의력을 얘기하려고 꺼낸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내가 마케터로 2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창의력'이라는 단어는 그 어떤 마케터의 능력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많이 몸소 체험했다. 같은 산업, 같은 업무, 같은 팀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놓고 일을 해보면 확실히 창의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놀랍도록 확연하게 발현이 된다.


일단 창의력(Creativity)의 사전적 정의는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찾아내거나 기존에 있던 생각이나 개념들을 새롭게 조합해 내는 것과 연관된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과정이다.' (위키백과)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힘'(만화 애니메이션 사전)

창의력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누구나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현상이나 Fact가 아닌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 독창적인 아이디어, 현존 그 넘어의 생각이 창의력인 것 같다.


사람들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혼돈한다.


상상력의 사전적 정의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힘'


마케터로 일을 하다 보면 창의력과 상상력을 혼돈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그 사전적 차이를 비교해놓은 자료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쉽게 찾아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정리해본다면,

상상력은 다소 엉뚱해도, 어떤 근거나 연관관계가 없어도 어떤 방향으로든 제약 없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그려보는 능력이라면 창의력은 현상이나 Fact를 바탕으로 연관성을 가지고 아이디어나 개념을 생각해내는 힘인 것 같다. 그러니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창의력이 우수해질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즉 상상력은 창의력의 바탕이 될 수 있는 개념인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허무맹랑한 4차원의 상상력을 창의력으로 혼돈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다 보면 신입이들은 자신들의 때 묻지 않은 아이디어를 창의적 발상이라고 생각하고 윗사람들은 현실성 없는 쓰레기라고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창의력과 상상력의 차이가 나타난다.

신입이들은 충분한 경험이나 현상파악이 부족한 상태에서 근거나 설득력 없는 상상력을 때로 창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물론 모든 신입사원들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므로 오해 없기 바람) 경험이나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배들이 보기엔 창의적이라기보다는 풋내 나는 귀여운 상상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 아이디어를 무시하는 윗사람들을 창의력이 부족하다 뒷담화를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신입이들의 신선한 상상은 때로는 귀여운 상상력이 되기도 하지만 엄청난 창의적 아이디어가 되기도 한다. 그 차이는 그 아이디어의 근간이 시장과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고 관찰하고 연구한 바탕을 가지고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왠지 이럴 것 같아서... 왠지 이게 좋을 것 같아서인지에서 달라지는 것이다.


창의력은 신선하고 젊고 때 묻지 않은 신입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절대 아니다. 경력이 늘어날수록, 리더의 역할을 할수록, 사업을 책임지는 자리에 갈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다. 창의력이 없는 사람은 데이터에 매달려 과거로 역행한다. 모든 마케팅 전략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오므로 미래지향적일 수 없다. 물론 데이터 분석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플러스알파의 창의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남들과 달라질 수 없고 남들의 행보를 답습하는 마케터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아무리 젊은 친구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도 그것을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창의력이 없다면 평생 데이터에 얽매여 숫자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마케터들이 자신은 마케터이다~라고 큰소리 뻥뻥 치면서 매월 똑같은 세일, 똑같은 덤 전략, 똑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온라인 광고 클릭수, 유입률 등에 연연하고 있다. 남들이 다하고 있는, 내가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숫자놀이에서 1%,2%에 목숨을 걸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력은 마케팅, 예술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STEM도 지금까지 개발된 과학에 창의력이 더해서 미래의 과학이 탄생되는 것이 아닌가...

창의력이란 현상과 히스토리를 근간으로 하여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노력에 의해 발전될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감각, 감성, 상상력, 호기심을 타고났다면 더욱 창의적이 될 수 있겠지만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성, 경험, 유연성, 자율성 등의 노력과 능력이 더해져 뿜어져 나오는 완성도 높은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생각된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나는 원래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이야.'

'이런 업무는 나랑 안 맞아~'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하면서도 집-> 회사-> 집-> 회사 이렇게 사는 사람들은 절대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노력이 필요하다.


창의력 있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면...


1. 창의력의 기본은 부지런함이다.

게으른 사람은 절대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24시간이 모자라게 느껴질 정도로 부지런히 보고 느끼고 즐기고 경험해야 한다. 많이 경험한 사람이 생각의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다. 요즘 세상이 너무 좋아 저서 야근도 없고 워라벨이 보장되는 시대이다. 피곤하다고 집에서 뒹굴지 말고 당장 어디든 뛰쳐나가야 한다. 세상엔 배울 것이 없는 곳은 없다.


2. 항상 촉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뭐든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항상 촉을 바짝 세우고 살아야 한다. 당신이 멍 때리는 그 순간 눈앞에서 멋진 아이디어를 놓칠 수도 있다. 마케터는 항상 긴장하며 살아야 한다. 이렇게 말하니까 엄청 삶이 피곤하고 힘들 것 같아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다소 불편한 감정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촉이 살아있는 마케터가 된다는 것은 이미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의 방식이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고 항상 신나고 궁금하고 일이 재미나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3. 자기에게 투자하는 돈을 절대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돈을 쓸데없이 펑펑 쓰라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절약하는 마케터는 경험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행도 많이 해보고, 트렌디한 곳에 많이 가보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아야 한다. 소비는 가치 있고 현명하게 쓰는 것이 그냥 아끼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4.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아무리 창의적인 사람도,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 경험했던 소중한 기억들, 책을 읽으며 '아! 바로 이거야'를 외치게 한 구절들, 멘토로부터 들은 소중한 조언들, 거리를 걷다 우연히 느낀 감정들, 잠들기 전 스쳐 지나간 아이디어들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 항상 메모하는 습관은 창의력을 저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간절히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나의 저금통에 생각지도 않은 금은보화가 있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

타고난 창의력이 없을지라도 지금부터 창의적인 마케터가 되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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