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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Oct 30. 2015

덴마크 사람들 처럼에서 발견한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이유

지난달 취재차 덴마크에 갔었습니다.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도 하고, 중산층이 가장 두꺼운 나라라고 하니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습니다. 북유럽 출장은 처음인지라 가서 덴마크 사회는 어떤지, 덴마크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없어 깜깜하더군요.


덴마크 노동부의 전경. 시내 중심가에 있다.


그때 책 두권을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요. 한 권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나머지 한 권은'덴마크 사람들 처럼' 입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덴마크를 두차례 방문해 관찰한 행복의 비결에 대해 쓴 책입니다. 오연호 대표는 덴마크 취재를 어떻게 할지 몰라 당황하던 저에게 덴마크대사관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일러줬습니다. 그게 취재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지요.


덴마크에서 통역을 도와준 친구는 제가 들고 온 '덴마크 사람들 처럼'이라는 책을 보고 무척 궁금해하더군요. 스웨덴에서 공부하고 덴마크에서 통역과 코디네이터 일을 하는 그 친구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최근 '덴마크 사람들 처럼'이라는 책을 많이 들고 온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인들이 들고 오길래 그 친구는 '덴마크 사람들 처럼'이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인줄 알았다고 했지만, 이 책은 말레네 뤼달이라는 덴마크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최근엔 한국에도 와서 강연을 했다고 하더군요.


코펜하겐 한 역 앞의 자전거들. 덴마크 사람들은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



아무튼 '덴마크 사람들 처럼'은 제가 단기간의 취재로는 채우기 힘든 여러가지 덴마크의 모습을 일러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몇가지 정리해 놓겠습니다.


1. 덴마크의 고등 교육은 무상이다. 게다가 아무 상환 조건 없이 모든 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제도(매달 760유로)로 젊은 시민을 돕는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아일랜드, 체코 공화국 역시 무상교육이다.

이와 반대로 등록금을 내는 대학도 있다. 프랑스는 일년 평균 대학 등록금이 400유로에서 1200유로 정도다. 몇몇 그랑제콜(고등 교육연구기관)은 일년 등록금이 수만 유로에 달한다. 하지만 스칸디나비아 최고 교육기관인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은 완전히 무상교육이다. (p 47~48)


2. OECD 연구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심지어 놀랍게도 미국 보다 덴마크 같은 북유럽 극가에서 사회적 신분 상승이 훨씬 더 쉽다고 한다. 사실 미국에서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오르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불평등과 세대 간의 사회 유동성 결핍이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설명하는데 위대한 개츠비 곡선을 보면 미국은 사회 유동성 면에서 덴마크는 물론이고 심지어 프랑스, 일본보다 더 뒤쳐진다.

그렇다면 사회가 유동적이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OECD는 한 세대와 그다음 세대 사이의 사회 유동성은 대체로 가장 평등한 사회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룬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덴마크의 사회구조나 세금 제도는 재분배, 즉 소득이 가장 적은 계층과 소득이 사장 많은 계층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p 74)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해 짐찾는 곳으로 가면 이런 전광판을 볼 수 있다. 사회의 성격을 마케팅으로 승화.



3. 덴마크 사람 열명 중 일곱 명은 세금과 국가가 주는 서비스 균형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일년에 20만 크로네 이하는 버는 최하위 소득 계층이 느끼는 만족도는 80퍼센트 이상이며, 일년 소득이 100만 크로네 이상인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최상위 소득 계층이 느끼는 만족도는 40퍼센트 정도로 떨어진다.

덴마크의 세금 부담률은 48.1퍼센트다. OECD 국가 평균 세금 부담률이 34퍼센트라고 볼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중간생략) 이렇게 세금 부담률이 높아도 덴마크 사람들은 세금에 염증을 느끼지 않는다. 덴마크 사람들 중 61퍼센트는 심지어 절세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4. 유럽의 다른 국가들처럼 덴마크 사람들도 해마다 5주간의 휴가를 즐긴다. 만일 아이가 아프면 5주간 휴가와 별도로 추가 유급휴가를 쓸 수 있어서 눈치 보지 않고 아이를 간병할 수 있다.

 일과 여가 사이의 균형은 노동시간의 유연성과도 관련이 있다. 덴마크 사람 네명 중 한 명은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활동 인구 중 17퍼센트는 심지어 아이와 가정을 잘 돌보기 위해서 재택근무를 한다. 이런 제도에 대한 기업의 이해도는 아주 높은 편이어서 부모가 오후 4시에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데리러 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p 120)


5. 덴마크 사람들은 모임 만들기를 좋아한다. 오죽하면 덴마크 사람 세 명이 한방에 모이면 단체를 만든다는 말이 있을까. 어쩌면 이 말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덴마크는 아무튼 10만개 이상의 자원봉사 단체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단체가 있다. 자원봉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350억 크로네로 덴마크 국민총생산의 10퍼센트에 달한다. 덴마크는 핀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를 제치고 유럽에서 자원봉사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라이기도 하다. (p 133)



코펜하게의 한 탑에서 바라본 도심의 전경



6. 2011년에 실시한 덴마크 의회 선거에서 여성 후보자는 33퍼센트였다. 그리고 선출된 179명 중에서 39퍼센트가 여성이었다. 심지어 이 선거에서 덴마크 사람들은 처음으로 여성 총리를 선출했다. 헬레 토르닝 슈미트 총리는 장관 23명 중에서 여성 장관 9명을 임명했으며 이는 내각 구성원의 39퍼센트에 해당한다.

경제계에서도 여성이 이사회의 21퍼센트를 차지한다. 영국은 19퍼센트, 독일은 17퍼센트, 유럽연합의 평균은 14,9퍼센트 정도다. (p 185)


 '덴마크 사람들 처럼'을 들고 일주일간 덴마크 교육부와 노동부, 노동조합, 교수, 일반인 등 코펜하겐에서 취재하고 쓴 기사는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364/episodes 를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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