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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갔다

한국인들은 롯지를 돌파한다

by 이완 기자

* 여정에 쓴 지명은 여행객들이 머물수 있는 롯지가 있는 곳이다. 출발시간과 도착시간을 적어 실제 이곳 트래킹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4일차>
도반 07:20 출발 - 히말라야호텔 08:40 - 히말라야호텔 출발 09:20 - 데우랄리 10:35 - 데우랄리 출발 11:20 -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13:50

도반에서 아침을 먹지 않고 일찍 출발했다. 7시20분이면 다른 팀이면 아침 먹고 출발할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항상 느긋한 관계로 아침을 먹고 출발하면 8시가 항상 넘었다. 대신에 오후에 늦게까지 걸었다;;;
도반에서 히말라야호텔로 가는 길은 오르락 내리락이 많을 뿐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히말라야호텔은 호텔이 있는 곳이 아니다. 롯지 몇개만 있을 뿐이었다. 왜 그렇게 이름 붙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대로 패스.

10시35분께 데우랄리에 도착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은 이 곳 정도에서 하루를 쉰다. 데우랄리는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곳. 고산병 예방을 위한 고도적응을 위해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데우랄리를 그냥 돌파한다. 우리도 데우랄리에서 한 시간 정도 쉬며 한국에는 없는 높은 고도에 적응할 시간을 가진 뒤, MBC로 향했다.

77650_75288.jpg <데우랄리에서 엠비시로 가는 길, 계곡 옆으로 난 작고 평탄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안나푸르나 트래킹의 백미는 난 이 길이라고 생각했다. 데우랄리에서 엠비시로 향하는 길. 안나푸르나 사우스를 보며 계속 걷다가보면, 어느덧 우리는 대협곡에 들어와 있음을 깨닫는다. 이 곳에서는 안나푸르나 사우스도 마차푸차레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깊숙한 안나푸르나의 속에 들어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계곡 소리도 우렁차지 않고, 쌀쌀한 바람도 불지 않는다. 대신 수천년 동안 빙하와 물, 지각변동으로 인해 깍인 산의 맨 허리는 그대로 속을 드러낸다. 마지막 급경사 길을 오르기 전 여기서 숨도 돌리고, 체력도 아낄 수 있다.



65837_23116.jpg <데우랄리에서 MBC 가는 길, 동행한 형과 포터 Mr.그룽 이다>





26938_17998.jpg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롯지가 4개가 있다. 트래커들은 2시간 거리에 있는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숙박자가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ABC의 숙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오후 2시 넘어 도착한다면 MBC에서 짐을 푸는 게 안전하겠다.


오후 2시 정도에 엠비시에 도착했다. 해발 3800미터. 하루만에 1000미터 이상 고도를 올린 셈이다. 동행했던 형은 ABC까지 갈 생각이었지만, 난 멈췄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전혀 의료의 혜택을 볼 수 없는 곳에 있다보니, 의외로 두려움은 커져 간다.


암튼, 우리는 엠비시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에 ABC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안나푸르나 정상 도전이 아니라 베이스캠프 도전이지만;;;)



76956_57324.jpg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엠비시의 밤은 무척 추웠다. 이 밑 롯지와는 온도가 달랐다.


밤이 되자 두통이 시작됐다. 말로만 듣던 고산병 증세. 오후에 ABC까지 다녀온 한 친구는 몸져 눕기까지 했다. 저녁 식사 뒤 메스꺼움도 밀려왔다.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8시께 방에 가서 잠을 청했다. 타이레놀도 하나 먹었다. 일어나서 구역질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밖이 너무 추웠다. 가지고 온 옷을 모두 껴입고,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온도계가 없어 온도는 알 수 없었다.


타이레놀의 힘이였을까? 나는 어느덧 잠이 들었나보다...



<5일차 아침>


새벽녘에 포터가 와서 잠을 깨웠다. Mr.그룽이 웨이크 업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침낭에서 일어섰다. 5시반에 우린 ABC를 향해 길을 나섰다.



이전날까지 흐렸던 날씨는 말끔하게 개어있었다. 제대로 된 형체도 못보고 온 우리에게 안나푸르나 사우스는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것을 보려고 이 고생을 하고 올라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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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사우스, 등반대들이 실제로 올라가는 안나푸르나 하이 캠프는 이곳에서 이틀 거리에 있다고 한다>



두시간여를 걸어 도착한 ABC.


산은 나를 감싸고 있었고, 난 안나푸르나의 중심에 들어와 있었다.



54331_75523.jpg <안나푸르나 사우스>





15565_15400.jpg <마차푸차레>





22636_30819.jpg <강가푸르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위로 500미터 정도 더 올라가면 캠프가 보이지 않는 분지 같은 곳이 나온다. 실제 등반대가 텐트를 치고 머무르는 곳이라고 한다. 그곳에는 눈이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면, 대협곡과 맞닿아 있는 끝에 닿는다. ABC를 간다면 밑에서만 보지 말고 이 곳까지 가보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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