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를 보고
코로나19로 인한 미증유의 경제 충격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은 11조7천억 규모의 추경 집행을 시작한데 이어, 각 지자체마다 긴급재난수당을 지급하는 곳이 늘고 있다. 세계 각국도 돈을 풀 준비를 하고 있다. 심지어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야 한다는 헬리콥터 머니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당정청 핵심 인사가 나오는 토론회가 있다면 그곳에서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할까?
오늘 관훈토론회에선, <매일경제> 출신 토론자가 이낙연 전 총리에게 첫 질문으로(그렇다, 토론회 전체 첫 질문이다) 이것을 물어봤다.
"코로나19 관련 11조7천억 추경이 국회에서 통과했다. 재정건전성에 문제는 없겠나? 필요할때 나랏돈 쓰는거야 당연하지만 모든 걸 재정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재정중독 이야기도 들린다."
두번째 질문 역시 국가채무비율 40%를 유지할 것인가를 다시 확인했다.
재정건전성..... 개인이나 기업이 위기를 못 넘고 망하게 된다면, 그 나라 정부 재정을 튼튼하게 유지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일단 국채 비율이 높아지더라도, 가정과 개인을 살리는 것을 우선해야하지 않을까. 첫 질문은 재정건전성이 아니라, 이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무엇을 할 것인지, 대책은 부족하지 않은 지를 먼저 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보수 경제지로서 정체성만 드러내야 했을까.
아쉽지만, 이낙연 전 총리는 지금은 과감하게 돈을 풀어야할 때라고 답을 하진 않았다. 부동산과 증세에 관한 답변은 하지 않는다고 할만큼 신중한 사람이기에, 재정건전성에 대한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오늘 그의 답변 중에 인상적인 것은 있었다.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을 민망하다고 한 것이나,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마음의 빚이 없다고 한 것도 있었지만, 그는 뜬금없이 알바노조의 과식투쟁 이야기를 꺼냈다.
앞서 첫 질문을 재정건전성으로 시작한 <매경> 위원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매경> 위원은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주52시간제를 그대로 유지해야할지' 물은 뒤, 원하는 답이 안나오자 민주당이 친 노동 성향이 강한 것 아니냐는 경제계 의견이 있다고 파고 들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렇게 봤으면 한다. 우리 사회 빈곤층이 늘고 격차가 확대되어 왔다. 이것은 틀림없다. 그것을 지표상으로 조금씩 완화하고 있다. 이걸 되돌리는게 옳은 것인가. 기초생보자 폐지 줍는 할머니들 한달에 많이 받으면 70만원 받는다. 쪽방 월세로 25만원 내고, 45만원 가지고 한달 살라는건데 그것 정도 우리 사회가 감당하지 못할까 그런 의문을 갖는다.
그걸 친노동성향이라고 한마디로 하는건 균형있는 접근은 아니라고 본다. 알바노조 지도부가 하는 과식투쟁이 있다. 처음 듣고 잘 믿지 않았다. 과식투쟁이 뭐냐고 했더니 알바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는 식당이 아니더라도 다른 식당이 문을 닫으면 다른 알바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어서 그런 일이 없게 작은 월급 가지고 과식이라도 하자. 그래야 동지들이 일자리를 안 잃는 것 아니냐. 이런 현실 앞에 좀더 가진 사람은 무얼 하지 고민이 필요하다."
미증유의 경제 위기가 올지 안올지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페북이나 주변 단톡방에서는 이때 값이 떨어진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 하나 고민중이라는 글들이 많다. 다시 안 올 기회라는 말도 있다. 누구에겐 기회일지 모르지만 알바노조가 하는 일을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