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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 내가 모르던 절반의 금융

by 이완 기자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뒤 한 친구에게 밥을 샀다. 계산을 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꺼냈는데, 옆에 서있던 친구는 '플래티넘'이라 적힌 카드를 보고 놀라워했다. 오와 등급이 플래티넘이야!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는 신용카드를 써본 적이 없으니, 신용카드에도 등급이란게 있는 줄 알리가 없었다. 통신회사에서 주는 멤버십 카드에는 등급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비싸게 요금을 내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그 카드는 회사에 입사하면서 급여통장을 만들면서 통장과 함께 같이 나온 카드였다. 막 회사에 입사했으니 내가 그동안 카드 실적이 있거나, 대출을 받은 실적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런 등급을 받을 리가 없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회사와 은행간 협약 '특약'이 맺어졌던 것일 거다. 신용도나 거래실적은 없지만, 그 회사만 보고 그냥 직원들에게 해주는 혜택 같은거 말이다. 신용도가 낮을 때부터 은행을 이용하기 시작하니, 다른 금융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그러니 내가 모르는 세상은 너무 넒은 것이다. 아니 내가 사는 세상, 절반만 보고 사는 것이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로 나온 것을 보면, 올해 상반기 금융 이력 부족자로 분류된 이들은 1271만명이었다. 이들은 최근 2년 내 신용카드 실적이 없고 3년내 대출 보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쌓인 금융거래 정보가 없다보니 신용을 인정받지 못해 낮은 신용등급으로 평가되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거나 높은 금리로 빌려야 한다. 아니면 다른 금융상품과 같이 가입해야하는 '꺽기'를 당할 지도 모른다.


또 신용등급을 받았다고 해도, 4000만명이 넘는 전체 인구 가운데 고신용자인 1~3등급은 2000만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 외에는 은행의 서비스를 받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은행들은 저신용 등급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저신용자 숫자 속에는 아까 이야기한 실제로는 '협약'으로 우대받고 있는 직장인들이 숨어있다.


그래서 서민금융상품에 대해 찾아보고 기사(아래 링크)를 써봤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어려운데 이런 서민금융상품까지 많이 활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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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격차는 한국은행이 올해 초 기준금리를 0.5%까지 인하한 뒤 시중은행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최대 수준까지 벌어진 상태다. ‘빚투’(빚내서 투자)를 위한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로 늘었다는 코로나19 시대에 이자율이 양극화된 셈이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국내에 4등급 이하 금융 소비자 2263만명(전국민의 50%)는 고금리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국민에게 일정액을 장기저리로 빌릴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주자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대출권’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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