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결혼식 같은 신차 발표회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독립시킨 후 처음으로 초대형 세단을 내놨습니다.
EQ900. 에쿠스를 7년만에 풀체인지 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함으로 내세운 것이지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발표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제네시스 행사가 열린 호텔 앞은 복잡했습니다. 인파를 뚫고 등록을 하니, 정몽구 회장 등이 일렬로 서서 손님을 받습니다. 물론 VIP 손님 만요 ^^
정몽구 회장 뒤로 서열대로 현대차그룹 경영진 등이 줄을 섰습니다. 정 회장 바로 뒤에 설영흥 고문이 서있는게 눈에 띕니다. 설 고문은 지난해 부회장 직에서 물러난 뒤 다시 돌아와 여러가지 일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용퇴 이유가 현대차 중국 공장 등의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금방 돌아온 것을 보니, 그를 향한 정 회장의 신뢰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한참을 지켜봤습니다. 현대차가 이렇게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해 신차 발표회를 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닙니다. 제네시스 이상급 등 고급차를 출시할때만 이런 행사를 가지니, 기자도 이런 장면을 구경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2년전 제네시스가 출시될때도 이런 행사가 한번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모여든 사람들과 양복을 입은 사람들의 인사.
한참을 보다보니, 신차 출시도 출시지만, 현대가의 집안 행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다들 뭔가 낯익은 광경 아니신가요? 일본이나 독일에서도 신차를 출시할때 이렇게 행사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신차 출시행사가 정몽구 회장가의 세를 보여주는데는 유용하게 쓰인다는 것입니다.
5시10분부터 서있던 이분들의 행사는 6시께 황교안 국무총리의 입장과 함께 끝이 납니다.
총리와 함께 이런 장면도 연출합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를 발표할때는 이런 장면이 보이지 않는데, 좀 낯설기도 합니다. 물론 새 공장 건설때는 총리 등이 현장을 찾기도 합니다. 고용은 중요하니까요.
기념사진 촬영을 하면 EQ900 발표회는 끝이 납니다. 손님 맞는 시간은 한시간인데 정작 행사는 한시간도 안돼 끝이 나지요. 의전 중심 행사라는 생각도 듭니다.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반가운 얼굴들도 보입니다.
저 너머에 독일 3인방도 보이네요 ^^ 검은 양복은 현대차의 디자인을 책임지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 오른쪽은 현대차 고성능차 개발을 맡고 있는 비어만 부사장입니다. 왼쪽은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네요. 외국인이 드문 행사장에서 이들은 만나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렇게 패스해서 몰아, 슛을 쏴. 그럼 폭스바겐을 제칠수 있어" 축구 이야기를 했을지, 자동차 이야기를 했을지 모르겠네요. ㅋ
신차 발표회인데 차가 잘 안보이더군요... 행사장 한 구석에 있습니다.
샤시와 구동계를 이렇게 전시해놨습니다. 막상, 이 차 주위는 썰렁했는데, 자세한 설명이 붙어있거나 이를 설명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행사가 다 끝나고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행사장으로 현대차 중역들이 우르르 다시 들어오더군요. 현대차 개발 부문의 중역들입니다. 환하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아.. 여기도 직장입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는 많지만, 이들은 현대차 그룹을 여기까지 끌어왔고, 앞으로 끌고갈 직원들입니다. 정몽구 회장 등 최고 수뇌부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역량이 한국의 수많은 자동차 노동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지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신차 발표회때 국내 VIP 손님들을 모아다가 위세를 과시하는 것도 좋지만, 손님들에게 이들에 대한 노고를 치하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1200여명의 전담 연구원이 4년간 준비한 EQ900이니, 더 현업에서 일하는 분들도 나오면 좋겠구요.
이제 EQ900이 시장에 나옵니다. 가격은 모델과 옵션별로 7300만원~1억1700만원입니다. 현대차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고급 브랜드의 독립이 시작됐습니다. 람다 V6 3.3 터보, 람다 V6 3.8, 타우 V8 5.0 엔진이 무거운 책임을 잘 끌고 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