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 일기 7 : 군사대결 막는 합의는 사라지고 군비 경쟁 우려
"2033년 무렵 모습을 드러낼 3만 톤급 경항공모함" "3000톤급 잠수함 사업을 2024년 마무리하고, 더욱 발전된 잠수함 사업으로"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신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름들이다. 이들이 함께 기동하는 모습을 보면 없던 '국뽕'이 생길지도 모른다.
서해수호의날을 맞아 2함대를 찾은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이같은 해군의 숙원 사업을 주루룩 이야기했다. 대통령 연설문은 약속에 가깝기 때문에, 행사를 만드는 쪽은 자신들의 숙원 사업을 대통령 입으로 말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렇게 보면 해군은 성공한 셈이다.
2019년 국군의날 기념사때 '경항모급 상륙함'으로 처음 등장한 경항모는, 2020년 국군의 날때는 "3만 톤급 경항모 사업"으로 규모가 언급됐다. 그리고는 이번 서해수호의날을 통해 "2033년"으로 기간까지 확정지은 셈이 됐다.
경항모 사업은, 그동안 우리가 직접 대양으로 나가겠다는 거냐, 6조원이 넘는 비용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 등 비판을 뚫어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북한이 침묵을 깨고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문 대통령은 작년과 다르게 올해 서해수호의 날에서는 신형 무기를 주루룩 언급하면서 강경한 안보태세 의지를 보이게 됐다. 경항모사업은 이제 남북간에 출렁이는 파도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한 셈이다.
우리에게 경항모가 필요할까?
청와대에서 경항모가 밖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지소미아 종료 이야기가 나오는 등 한일관계가 극도로 나쁠 때였다. 명분은 미국 쪽이 요청하는 동맹국의 안보역할 확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의 동맹으로서 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력을 구축하고 있듯, 한국 역시 그러한 역할을 보여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경항모는 서해와 동해, 남해 등 한반도 주변 바다를 넘어선다. (사실 한반도 방위만 생각하면 굳이 경항모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권혁철 선배의 유튜브를 보면 잘 나온다https://youtu.be/upgZEOtYalA )
아무튼 올해 서해수호의날은, 국지적인 충돌을 넘어 한반도 주변 바다가 (북한은 대칭전력으로는 이미 포기했지만) 군비경쟁에 빠져 더 위험한 바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날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