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그의 휴대전화 컬러링은 웨스트라이프의 'You raise me up' 이었다. 한참 노래가 흐른 뒤에야 전화를 받은 그는 첫날이라 특별히 받았지만, 앞으로는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유의 유쾌함이 휴대전화 너머에서 느껴졌다. 그 뒤론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그만큼 청와대 내에서 기자들과 소통에 신경 쓴 고위 공무원은 없었다.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기자들과 점심때 만나 한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겼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설명하는데 열심이었다.
그러나 어제 밤 그는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참 울리는 컬러링을 들었지만, 그사이에 바뀐 음악이 무엇인지 난 알 수 없었다.
늘상 자신이 '어공'이라고 하면서 정무직 공무원임을 자임했었다.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민감한 것인지 '컨트롤 타워'에 앉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전세계약이라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무엇보다 다른 집보다 낮게 받았던 전세 임대 보증금을 정상화시켜야한다고 생각했을까? 그에겐 보험 등이 포함되어있지만 금융 자산도 부부합산 14억원이나 있었다.
그는 춘추관에 와서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고개를 두번 숙였다. 단상에 오르기 전 한번, 단상에 올라 한번이었다. 얼굴이 벌개 보였다.
그는 2019년 춘추관에서 'You raise me up'을 설명하면서 "저는 국민의 격려와 지원 위에서만 간신히 일어설 수 있는 미약한 사람" 이라고 했다. 신뢰를 쌓기는 힘들어도 허물어지기는 쉽다.
+) 김상조 실장 문제와 별개로, 계속되는 문 대통령의 인사 참사다. 문 대통령은 왠만해서는 사람을 바꾸지 않았다. 분위기 쇄신성 인사를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인사청문회 등 정치적 이슈가 제기되는 것도 피하는 측면이 있다. 적임자가 아니었다는 비판을 피했을 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민심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장관과 참모들 역시 상처가 날대로 난 뒤에야 경질성으로 물러나야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