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 일기 9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좋은 포지션입니다. 물론 언론이 해야할 기본적 역할이 비판이기도 하지만, 비판적인 뉴스에 대해 독자들이 더 공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말한 내용에 대해,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기본적인 내용도 모른다는 공격과 조롱이 많았습니다. 저도 사실 청와대가 낸 서면 브리핑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습니다. “그동안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였다.” (청와대 서면 브리핑)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받고, 신용이 낮은 사람은 높은 이율을 받는 것은 금융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입니다. 일반인들도 대출을 받을때 으레 그려러니 이해하고 받는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 원칙은 틀림없는 원칙일까요???
문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지만, 저런 이야기를 한 것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은행 등 금융기관의 고이율(약탈적 대출이라고도 합니다) 때문에 가난을 벗어나기 더 어렵습니다. 오히려 신용이 높은 사람은 지난해 우리가 보았듯이, 쉽게 낮은 이자로 더 많은 돈을 빌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에 투자해, 손쉽게 더 많은 돈을 벌어 벼락부자가 되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은행이 망하지 않기 위해, 언제까지나 감수해야할 원칙일까요? 그런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신 다른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문 대통령이 ‘엉뚱한’ 이야기를 꺼낸 국무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서민들의 삶을 위한다며 꺼낸 이같은 ‘구조적 모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대통령이 ‘금융의 기본 구조도 모른다’고 지나쳤을지 모릅니다.
문제의식이 엉뚱한 것은 무능이 아니지만, 정책 당국자들이 이 같은 정책을 상상하고 시도하지 못하는 것은 ‘무능’이라는 생각에 기사를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