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 일기 11 임기 1년 남은 문 대통령
4년 내내 숙제를 풀었지만, 남은 숙제가 여전히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집권 5년차를 맞는다. 5년차에 들어서기 전 직무수행 긍정평가 34%(한국갤럽·2021년 5월 첫째주)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다.
‘괜찮은 성적’이라고 자평할만한 분위기는 아니다.
앞서 치른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를 통해 실제 국민의 평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감염병 코로나19 대유행은 여전하고 백신 예방접종율은 7%에 불과하다. 지난해 턱없이 올라버린 수도권 아파트 집값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대북 관계는 다시 ‘해동’부터 시작해야할 판이다. 그나마 진도를 뺀 건 ‘검찰 개혁’이지만, 국민들의 기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쏠렸다. 어느 것 하나 성과라고 자신있게 내놓을 만한 게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에게 아직 365일이 남아있다. 직무수행 긍정평가(34%)가 이전 주(29%)에 견줘 5%포인트 반등한 것도 그에 대한 기대를 국민들이 완전히 꺾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고서를 읽다가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어간다고 토로한 문 대통령에게 남아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2월25일 당원들에게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는 심정을 쓰는 고별편지를 써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2월25일, 재임중 내세울만한 업적이 없어 밤에 잘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 청와대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2월25일 광화문 광장에 그해 들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탄핵을 요구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전임 대통령들의 남은 1년 보다 훨씬 좋은 여건에서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민의 평가는 어제의 성과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와 내일의 과제에 맞추어져 있다”면서 “마지막까지 부패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유능해야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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