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일기 15 씁쓸함
기록으로 남기려 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에 관한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통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옳은 말씀입니다.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재용 부회장이 구치소에서 나온 뒤 4문장으로 된 입장문을 냈다.
결국 반도체와 백신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재벌에게 특혜를 줄때 항상 나오는 논리인 '국익을 위한 선택'도 동원됐다. 삼성이 반도체 공급망에 엄청나게 중요한 존재이고, 총수일가를 위해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했고, 그동안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실제적으로는 다른 목적도 있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나중에 역사는 이러한 선택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내릴까.
그에 앞서 문 대통령은 왜 입장을 내지 않는지, 이게 대통령제와 맞는 것인지 묻는 기사를 썼었다.
기사를 쓰며, 문 대통령과 잘 아는 한 정치학자에게 이같은 상황이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대통령제와 맞느냐고 물으니 한숨을 쉰다. 대통령이 법령 자구에 민감한 법률인 출신이지만, 최소한 이같은 결정에 설명이라도 해야하는게 대통령제 취지에 맞다고 한다.
물론 상황이 몰리는 것은 아니었다. 보수언론이나 야당도 이재용 부회장 건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치받지않고 있었다. 대통령 결정이 아닌 국외 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 계약조건을 안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잘못 했다고 난리 치면서 말이다.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때를 생각해보라. 대통령이 숨어있다고 난리였다. 그때도 법무부에서 한 일이었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은 보수언론과 보수정당, 재계 등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 돌아가는 침묵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현실화 되기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었다. 그러면 예전에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한겨레> 기사는 2015년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때도 사면 또는 가석방이 이슈였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찾아보니 있다있어! 한참을 포털 검색으로 뒤진 끝에 문 대통령의 워딩을 확인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취재하면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재벌은 재판 받을때 경제를 감안해 형량을 받는데, 왜 가석방때는 재벌이 아닌 일반인 대우냐'고 물었었는데, 이미 대통령은 당시에 그런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그래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