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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Aug 12. 2021

춘추관을 폐쇄해도 괜찮은 것일까?

춘추관 일기 14


청와대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지난달 11일부터 재택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강화된 거리두기 4단계 조처가 시행되면서 취재기자들이 일하는 공간인 청와대 춘추관이 폐쇄되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지난해 8월 코로나19 2차 확산 때 기자단과 협의로 ‘청와대 출입기자 등록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감염병 발생에 따른 조처를 넣어 춘추관 폐쇄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 조처는 2차례 연장되면서 계속 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하는 공간인 취재기자실이 문을 닫았다는게 아닙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을 취재하고, 브리핑을 듣고 기사를 쓰는게 가장 중요한 일로 여깁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스톱이 된 겁니다. 춘추관 폐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취재 풀, 브리핑도 모두 멈춘 것입니다. 대신에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을 내고, 대통령 발언을 전달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2주 정도 갈 줄 알았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계속 가는게 맞는 것일까? 


지난 2016년 8월 12일, 청와대에서 벌어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광복군 출신 원로 독립유공자인 김영관(92) 애국지사는 광복절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이 애국지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 면전에 "8월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은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대통령 행사의 경우, 참석자 대표와 대통령의 인사말까지 기자들에게 공개되는데, 공개되는 시간에 김영관 애국지사의 말이 나온 겁니다. 청와대는 무척 당혹스러웠겠죠. 중요한 행사자리에서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죠. 하지만 청와대는 이걸 어쩌지 못합니다. 풀취재로 들어간 기자들이 모두 듣고 적고 있었기 때문에, 김영관 지사의 말을 없는 것처럼 넘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민을 담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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