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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Dec 20. 2021

대통령 외교를 '외유'라 보려면

춘추관일기 19  시드니 셀카 논란에 대해


청와대에 대한 기사를 쓰다 보면 항상 주기적으로 만나는 주장들이 있다. 외유 논란.

외교의 꽃은 정상이 다른 나라 정상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항상 '외유(외국에 나가 여행함) 논란'이 불거진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전국민이 해외로 가는 비행기 한번 타기 힘든 상황에서, 대통령이 해외에 여행하러 갔냐는 비판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좋은 뉴스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의 공방이 담긴 기사를 냈더니, 댓글이 100여개 이상 달리는 등 반응이 뜨겁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해본다면, 대통령의 외교는 '외유'라고 보기 힘들다. (물론 대통령에 따라 이것은 다를 수 있다) 일단 일정 자체가 외유를 할 수가 없다. 경호 문제 때문에 취재 기자단도 순방 직전에서야 일정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일정 자체가 쉴 틈이 없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문 대통령의 경우도 일정이 과하다고 뺐다가 다시 이를 추가하는 경우들도 생긴다.


다만 보통 청와대를 담당하는 기자가 해외 순방에 따라가더라도 대통령 일정은 '풀 취재(시간과 장소 여건상 몇명의 기자가 대표로 취재)'이기 때문에 이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를 수 있다.

그런데 2년 전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순방을 따라 취재를 갈 기회를 얻어 실제로 일정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국무총리 순방은 취재기자단 수가 적기 때문데 공개 일정 대부분을 따라다니게 되는데, 정말 빈틈없이 짜여진 스케줄로 진짜 움직였다. 이때 정상과 수행원 차들은 경찰차 등이 길을 통제하면서 거의 전속력으로 내달려야 일정 소화가 가능하다. 특히 정상 차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뒤에 있는 차들은 필사적으로 따라붙는다 ㅎㅎ  물론 비공개 일정도 있을테고, 휴식 시간도 있을 테지만, 내가 본 정상급 외교는 쉽게 여행 기분을 낼만한 시간은 아니었다.


물론 정상 외교는 회담장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 국빈방문을 하게 되면 정상 만찬 등을 꼭 하게 되어있고, 방문한 나라가 마련한 현지 일정 등이 마련된다. 해당 나라의 역사와 전통 등을 더 이해하기 만들고 ,대화를 쉽게 끌고 나아갈 수 있게 만든 자리다.  마치 한국에 온 정상들이 DMZ를 가거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견학하거나, 경주에 가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을 알아야 한국과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호주 국빈방문을 두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셀카를 왜 찍었냐'고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쓸데없는 논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애써 호주까지 가서 빈손으로 돌아오며 사진만 찍었다면 충분히 비판할 만 하지만, 이번 순방은 K-9 자주포 수출과 함께 광물자원이 많은 호주와 희토류 등 공급망을 다진 것은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커스 회원국인 호주와 군사 경제 협력을 다지는 것은 동맹간 실리를 다지는 일일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마찬가지로 미-중 사이에 낀 호주와 전략적 대화를 할 여지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 전자 산업에 필요한 희토류를 확보하는 것은 한국의 사활적 이익이 달린 일이기도 하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238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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