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대학 셰어하우스...낮은 월세와 지역 교류, 두 마리 토끼 잡기
대학생들은 어디에 살면 좋을까요?
학교 기숙사, 민자 기숙사, 하숙집, 원룸, 자취방...
지난번에 도쿄의 새로운 주거형태, 셰어하우스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도쿄로 넘어가기 전에 들렀던 일본 남부의 규슈 대학 이야기를 먼저 하고 가려합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대학가 주변에서 기숙사 건설을 둘러싸고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정부가 자금을 빌려줘 대학 내에 기숙사를 지으려 했는데 대학 주변 주민들이 반발한 것이죠. 주민들은 하숙이나 원룸 임대 등으로 수입을 얻었는데, 기숙사가 생기면 당장 수입이 끊긴다는 겁니다.
그만큼 한국 대학생들은 대학 밖 주거시설에 많이 기대고 있습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전국 대학 재학생 178만 1천 명 가운데 기숙사를 배정받은 학생은 22.8%인 40만 5천 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정부의 대학생 주거지원율(2012년 기준)도 20.1% 밖에 안됩니다. 이화여대에서 열린 행복기숙사 설명회에서 만난 한 학생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내도 괜찮은 방을 찾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공부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 이 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대학생들도 지역사회에서 보면 뜨내기였습니다. 대학 재학 시절만 대학가 주변을 맴돌며 살다 떠나는 것이지요. 물론 <응답하라 1994> 같은 드라마를 보면 예전에는 하숙집 주인과 학생 간의 뜨거운 정이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저도 한 하숙집에서 3년을 살았습니다. (^^) 하지만 '임대 왕국'인 한국에서 집주인-학생의 관계가 '응사'스럽다기보다는 집주인-세입자 관계가 요즘 더 커진 게 사실입니다. 이러니 대학가 주변 일부 집주인들 눈에는 비싼 등록금에 시달리는 대학생이 그냥 손님으로 보일 수 밖에요.
규슈대학의 셰어하우스 프로젝트는 대학생들이 지역 사회와 교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원래는 대학생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것 아닐까 하고 취재를 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규슈대학 대학원생(건축학과) 인 나오토 후카사와는 "젊었을 때는 많은 사람과 만나는 게 도움이 되는데, 대학생들은 주변 주민과 교류를 거의 안하더라"라고 계기를 설명했습니다. 규슈대학 학생들도 2만 명 정도 되는데, 맨션에 들어가 학교만 다니다가 졸업 뒤에는 다시 도쿄 같은 큰 도시로 떠난다고 하네요.
학부생과 대학원생 50여 명으로 이뤄진 '빈집' 프로젝트팀은 대학가 주변 빈집을 빌려 수리했습니다. 물론 수리비의 대부분은 집주인이 내고, 이들은 인건비를 받지 않고 몸으로 때웠지요. 그렇게 만든 집의 방을 월세 2만 5천 엔 수준에 빌려준다고 합니다. 전기세, 수도세 등을 합하면 1만 500엔 정도 더 냅니다. 다 합하면 우리 돈으로 30만 원 조금 넘는 수준이네요. 이 곳 원룸에 들어가 사는 것보다 훨씬 싼 수준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만든 셰어하우스에 들어간 학생들은 방과 후 학교를 하기도 하고, 주변 지역 청소를 돕기도 합니다. 일단 젊은이들이 들어와 사니 동네가 시끌벅적해지기도 했죠. 셰어하우스를 빌려준 집주인 쿠가 사다코 씨도 "동네가 밝아졌다. 빈집이라 금방 무너질 것 같았는데 이제는 활기차다"고 좋아하더군요.
아무튼 "대학생과 지역의 교류를 돕는 건축학과만의 생각을 냈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합니다. 모두 4곳의 셰어하우스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저출산 고령화로 골칫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빈집 문제도 해결하고, 돈 없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도 해결하고, 적막해가는 지역사회를 왁자지껄 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일본의 또 다른 주거 공간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