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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Feb 09. 2016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

넥스트저널리즘스쿨,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과의 대화

1월 19일부터 1월30일까지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을 진행했다.

올해로 2회째인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은 <블로터>와 <한겨레21>, 구글코리아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하루에 강의를 4개씩 듣는 강행군 속에 조별과제와 개인과제를 해야하는 탓에 수강생들이 지치기도 했지만, 마지막날 대부분 많은 고민을 안고 간다고 말해주어 뿌듯하기도 했다. (답을 줘야하는거 아니냐고? 세상에 그런 강의가 있을까?)


아무튼  훌륭했던 개별 강의에 대한 정리는 블로터 기사나 이 브런치에도 기록된게 있으니 그곳에 맡기고(나도 기사를 써야하지만;;;) 일단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과 수강생들의 문답을 일부 정리했다. 안 편집장은  ‘사실과 의견, 객관성과 공정성’ ‘한국 기자상 수상작 분석과 함의’를 강의했다. 강의 뒤 질문도 받았는데 그 시간이 오히려 더 뜨거웠다. 이 문답은 미래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과 현재의 언론을 고민하는 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기록은 강남규, 이지민 <한겨레21> 교육연수생이 했다.




 Q 수습기자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신 걸로 아는데, 수습기자 과정 거치지 않고 어떻게 교육이 가능할 것인가?


 A 한국에서 기자가 되는 방법은 언론고시다. 글쓰기 공부한다. 근데 기자되면 바로 글을 쓴다. 취재 과정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그 과정이 없으니까 수습기자 과정을 거친다.

 영미에서는 세 가지 방식으로 한다. 첫번째는 저널리즘 스쿨에 간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 로스쿨 가듯 말이다. 두번째는 아무데나 들어간다. 우리로 치면 마포구 신문, 강남구 신문에 가서 검증을 받는 것이다. 좋은 기사를 쓰면 좀 더 나은 매체로 옮겨간다. 뉴욕타임즈에는 공채가 없다. 검증받은 기자만 뽑는다.

 세번째는 프리랜서를 한다. 배낭을 매고 중동을 간다. 모든 프리랜서들이 그런 구속과 훈련과 연습에 의해 기자된다고 안 믿는다. (프리랜서로서) AP에 송고하거나, 포트폴리오 삼아 언론사에 지원하거나, 책 쓰면서 살거나 한다. 세 가지 방식의 공통점은 어떤 방식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취재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기사를 쓴다는 것이다.

 1인 미디어와 파워블로거 등도 많지만 그런 나라들에서 등장하는 그 개인의 경우는 전문적 지식과 노하우 축적한 경우에 그렇게 된다. 그래서 이 자리(넥스트 저널리즘스쿨)가 만들어진 것이다.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알고, 이해하고, 준비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전문성 추구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Q 기성 언론은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취재원과 출입처가 있다. 뉴미디어 스타트업을 하면 뭐든지 새로 쌓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를 꿈꾸는 지망생이 뉴미디어를 만드는 건 어떻게 보면 가시밭길이다. 이게 가시밭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A  가시밭길이다. 당연하다. 그런데 기성 언론에 들어와도 똑같은 상황이 펼쳐질 거다. 쓰고 싶은 기사를 쓸 수 있는 기자는 백에 하나 정도다. 기성 언론들이 몸부림쳐도 잘 안 되는 것과 똑같이 여러분이 스타트업을 해도 잘 안 될 거다. 하지만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소망하는 직장이 현대, 삼성 등이다. 월급 많이 주고 정년을 보장한다니까. 미국에선 어떨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인기 직장이다. 그런데 그곳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정년보장을 꿈꿀까. 좋은 조직에서 무엇인가 배운 다음, 그 창업자인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나도 새로운 기업을 만들겠다고 꿈꾸지 않을까.

 좋은 조직의 구성원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좋은 조직을 만드는 게 모든 인생에 있어 최고의 꿈이다. 정치로 치면 그저 국회의원이 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구현할 새 정당을 직접 만드는 게 최고의 야심이다. 기업으로 치면 창업이다. 언론으로 치면? 내 언론사를 만드는 거다. <한겨레>는 해직기자들이 아이디어 하나로 돈 모으고 사람 모아서 만들었다. <뉴스타파>도 해직기자들이 후원금을 받아 만들었고, <오마이뉴스>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 만들었다.

 기성 언론에 들어가고 싶다는 꿈은 좋다. 대신 그 꿈의 진짜 내용은 기존 매체의 기자가 되겠다가 아니어야 한다. 예컨대 지금은 <조선일보> 입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언젠가 <조선일보>를 대체할 품격 있는 보수매체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꿔야 한다. 그런 꿈이 있어야, 그리고 그 꿈을 구현할 실력을 지금부터 갖춰야, 그 언론사 안에서 의미 있는 분수령이나마 만들 수 있다. 그 꿈을 접거나 타협하면 언론사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들어가서도 별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Q 지역에서 대안언론을 고민중이다. 지역에 있는 기자는 소수다. 한겨레 지역 기자도 소수다. 소수이기 때문에 (기사의 객관성을) 권위 있는 책임자(경찰, 시청 등)에게만 검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기자가 기계적 객관주의를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까. 


 A  한국의 많은 문제가 서울 집중 현상과 관련 있다. 그래서 언론에 국한해 해결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다만 지역에 근거한 매체는 지역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때 글로벌하고 일반적인 사안을 지역과 밀착시키는 게 필요하다. 지역 매체는 주로 구청·구의회 등을 취재한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도 이상 한파 등을 걱정한다. 구 단위로도 기상 관측 자료가 누적돼 있다. 예컨대 지구온난화와 대전시 동구의 기온 변화 역사를 연결해 보여준다고 생각해보라. 매개고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청과 구의원을 쫓아다니는 방식을 지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중앙 언론보다 인력이 더 부족한 게 지역 언론이다. 이런 상황을 비평할 생각을 하지 말고, 내 문제로 접근하면 어떨까. 어떤 문제를 취재·보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기자가 있다면, 시키는 일 하고 나서 제 시간을 헐어서 쓰는 것이다. 그게 이기적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것이니까. 개척이란 누군가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줘서 하는 게 아니다. 조건과 환경이 미비해도 조금씩 도모하는 게 개척이다. ‘기사 쓰고 싶어, 기자 되고 싶어’라고 소망하는 것은 개척이 아니다. 기성 언론이, 조건이, 환경이 허락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나의 꿈을 구현할 틈새를 확보하는 게 개척이다.   




 Q 조선일보의 지난해 기사들을 보면 친생활적이라고 해야 하나. 공동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약속하고 나타나지 않는 것, 고속도로 1차로 비워주는 것 등이다. 체급에 맞지 않는 기사라 생각하지만 집단적 문화 바꾼다는 데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A 조선일보의 주요 기사 중 주폭 근절이 있었다. 실제로 이건 문제다. 주폭은 문제다. (그러나) 우린 항상 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하우 투 리포트(어떻게 보도할것인가) 말고 왓 투 리포트(무엇을 보도할 것인가).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 그게 기자 개인과 매체를 대표한다. 스브스뉴스건 뉴미디어건 스타트업이건, 무엇을 보도하느냐가 그 매체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그런데 실제로 조선일보는 정치적 어젠다를 만드는 언론이고, 그 언론이 지면을 할애하는 건 그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며 에너지를 모으는 효과를 낸다. 조선이 주폭을 근절하자고 하면 경찰청장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거다. 조선일보가 1차선을 지키자 하면 전국 경찰이 단속을 시작한다. 그게 언론의 힘이기도 하다. 근데 그 힘과 에너지를 갖고 국정원 대선개입을 취재할 수 있지 않나. 그 기사가 가치없다는 게 아니라. 어쨌든 그 기사로는 기자상을 못 받는다. 저널리즘적 가치가 낮다고 보니까.

 생활 밀착형 기사를 잘 써야죠. 그것도 한겨레나 한겨레21 몫이긴 하다. 하지만 제한된 자원을 갖고 있다면 뭘 쓸지 결정하는 게 그 매체의 성격이다. 자원이 풍부하다면 이것저것 하겠지만 굳이 하나만 해야 한다면 ’1차선 단속 기사’ 안 할 거다. 한국 방송뉴스 의 40% 이상은 교통사고, 도로뉴스다. 물론 우리 모두 운전하고 대중교통 쓰고 출퇴근 하느라 중요하긴 하겠지만 정말 그 정도로 중요할까? 그 자원을, 그 재능을, 그 인력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가 우선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11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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