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완 기자 Feb 05. 2017

인공지능은 인간을 자유롭게 할까

4차산업혁명...실리콘밸리 사람들이 말하는 혁신



끝없이 뻗은 도로.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모여 있는 새너제이까지 가는 800여㎞는 졸음과의 싸움이었다. 모하비 사막 등 황무지를 달리며 운전만 8시간. 출발한 지 2시간쯤 지나자 전시회장에서 본 자율주행차가 저절로 떠오른다.


“헤이 퓨처, 이제 운전대를 잡아볼래?” 말을 알아들은 자율주행차는 바로 자동운전 모드로 전환한다. 남은 6시간은 잠을 잘 수 있겠지. 


‘빠아아앙!’ 뒤차의 경적에 상상은 깨져버렸다. CES 전시회장에서 본 미래 제품을 확인하기 위해 실리콘밸리로 가는 길은 왜 자율주행차가 필요한지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자율주행·사물인터넷·인공지능은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라스베이거스에서 새너제이까지 함께 한 차. 8시간 운전하다보니 자율주행차가 간절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김병학·임효지씨를 만나는 날은 비바람이 몰아쳤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의 본산인 캘리포니아주 지역에는 폭풍이 몰아쳐 수천 곳이 정전이 됐다. 정전이 안 된 카페에서 만난 임씨는 “낡은 곳이 많아 의외로 정전이 가끔 일어난다”며 웃었다. 김씨는 딥러닝과 음성인식 스타트업인 카피오에서 일하고, 임씨는 인공지능(AI) 개발의 핵심 기업으로 떠오른 엔비디아의 산업디자이너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김병학 임효지씨



“1년 반 전에 전기차를 리스하기 시작했어요. 리스비는 월 100달러 정도인데 회사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면 1시간에 1달러만 내면 되요. 기름값도 안 들고 엔진오일을 갈 필요도 없어 유지비가 훨씬 싸요.”  김씨는 사지 않고 리스한 이유는 자동차의 변화 속도가 너무 뚜렷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 3년 내로 자동차가 많이 변할 것 같으니까 기다리는 거죠.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좋고요.” 임씨가 일하는 엔비디아는 이번 전시회에서 운전자 보조 기능을 선보였다. 운전자 시선의 방향을 파악하고 입 모양을 읽어 졸음 등 위험한 상황을 경고한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믿고 운전대를 맡길 수 있을까?      


음성인식을 연구하는 김씨는 “신문을 조용한 방에서 읽어주면 인공지능이 내용을 인식하는 수준이 95%”라고 했다. 시끄러운 장소에 있을 때나 여럿이 얘기할 때 인식하는 수준은 이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카페나 콘퍼런스에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인식하려면 앞으로 2, 3년 걸릴 것으로 본다”며, 아마존의 ‘에코’나 구글의 ‘구글홈’ 같은 음성인식 비서 기기가 “대화의 뉘앙스를 이해하는 것도 아직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임씨는 “남편도 와이프 말을 못 알아먹는데…”라며 웃었다.



미국 가전매장에서 팔리는 음성인식비서서비스기기 구글홈


다음날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퓨처에서 일하는 오상민씨를 만났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히는 패러데이퓨처는 이번 전시회에서 스포츠실용차(SUV)형 전기차 ‘FF91’을 선보였다. ‘FF91’은 주차장 번호만 알려주면 스스로 주차하는 자율주행도 보여줬다. 


오씨는 자율주행차의 인지와 주행 능력이 인간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2년 전이면 확실히 사람이 운전하는 게 낫다고 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사람이 나은지 기계가 나은지 얘기하기 쉽지 않아요. 특히 사람의 시야에는 한계가 있지만 기계는 눈을 더 달 수도 있고요. 기계는 피곤을 느끼지도 않죠.” 



‘시이에스(CES) 2017’에서 공개된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퓨처의 새 모델 FF91.



오씨는 앞으로 15년 동안이 자동차 혁명의 시대라고도 했다. “내년엔 테슬라가 모델3를 내놓으면서 자율주행을 시작한다고 했죠. 물론 지금도 100만달러를 내면 자율주행차를 탈 수 있어요. 그럼 부자만 타게 되죠. 일반인이 살 수 있는 2만~3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오씨는 자신이 말하는 혁명은 자율주행차를 탈 수 있냐 없냐를 뛰어넘는 수준의 단계를 뜻한다고 했다. “자동차 소유 구조가 바뀔 거예요. 운전자가 자동차를 실제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의 5% 정도예요. 공유해서 필요할 때만 쓰면 되니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실리콘밸리의 구글·우버·테슬라 등이 연구하는 자율주행차 기술은 이미 폴크스바겐·도요타·현대차 같은 전통적 자동차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자동차를 구글 소프트웨어 기반의 자율주행차로 만들면 운전자나 승객은 차에 앉아 있는 동안 구글의 이메일과 검색엔진을 쓰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보쉬는 ‘CES 2017’에서 독일의 4차 산업혁명 전략인 인더스트리4.0 사업화를 설명하는 부스를 차렸다.


아마존의 에코를 사용하는 오씨는 음성인식 비서 기기를 한번 써보라고도 권했다. “아침에 깨워달라면 알람을 울리고, 불을 켜라고 하면 스마트 전구를 밝혀요. 음악을 틀어달라고 말한 뒤 출근 준비를 할 수 있죠.” 오씨는 에코를 통해 우버를 부르거나 상품을 주문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예상처럼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자율주행차 출시를 당면한 미래로 받아들이고 있고, 음성인식 비서 기기를 집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도대체 뭐냐”고 반문했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의 삶을 조금 앞서 체험하고 있었다.



LG전자가 CES 미디어컨퍼런스에서 아마존 알렉사와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지역은 기술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김씨는 말했다.오씨를 인터뷰하고 돌아오는 길에 129달러를 주고 구글의 음성인식 기기 ‘구글홈’을 샀다. 이제 인공지능이 골라주는 대로 음악을 들어보기로 했다. 휴대전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친구 전화번호를 모두 까먹게 한 것처럼 이런 기술도 곧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 학자인 제리 캐플런은 저서 <인간은 필요 없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마존 같은 시스템들의 영향하에 놓이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전례 없는 낯설고 새로운 영역이다. 세계가 얼마나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개인의 욕구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지 감탄하는 와중에 (중략) 거대한 인조지능이 사람들 각자에게 돌아갈 혜택을 작디작은 조각으로 자르고 또 자르고 있다. 그 제일 크고 좋은 몫을 차지할 사람은 과연 누굴까?”



실리콘밸리의 코워킹 스페이스 SAP 하나하우스 


매거진의 이전글 엔비디아가 꿈꾸는 AI 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