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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Feb 12. 2017

“AI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간극 있다”

실리콘밸리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 인터뷰

인공지능(AI)이 쓰이는 분야 가운데 이미 주목받고 있는 서비스로 챗봇이 있다. 챗봇은 문자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컴퓨터 프로그램을 말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도 인공지능 개인비서 서비스 ‘엠’(M)을 챗봇 형태로 실험 중이다. 예를 들어 “오늘 중요한 뉴스가 뭐지”라고 메신저로 질문하면 엠이 필요한 뉴스를 찾아 답변해주는 식이다. 스탠 추드놉스키 페이스북 메시징제품 총괄부사장은 서면 인터뷰에서 이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추드놉스키 부사장은 “엠은 사람한테 훈련과 감독을 받는 인공지능으로 구현된다. 지속적 학습 과정을 거치면서 엠은 점점 더 많은 부분이 자동화될 것이고, 아직 수천명 정도의 미국인에게만 공개된 상태이지만 더 폭넓은 서비스를 많은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가 미국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용 영역을 확대해가는 인공지능 챗봇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쪽 레드우드시에 위치한 스타트업 센드버드를 찾았다. 알려준 주소대로 찾아갔는데 갑자기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면서 김동신 대표를 찾지 못해 한참을 두리번거려야 했다. 그러나 운좋겠도 연락이 안되자 김동신 대표가 사무실 밖으로 나왔고 만날 수 있었다. 


센드버드는 기업이 메신저 및 라이브채팅을 앱이나 웹 서비스에 쉽게 탑재하게 도와주는 스타트업이다. 창업자인 김동신 대표는 이곳에서 4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고, 지난해 10명(한국지사 포함)이었던 직원이 올해 19명까지 늘어난다.


김 대표는 “사람과 대화하거나 데이터를 받고 답을 해주는 창구로서는 메시지가 좋은 방법이니까 기업들도 챗봇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센드버드에는 애플에서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 ‘시리’ 개발에 참여한 이도 합류해 메신저에 필요한 인공지능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하지만 챗봇과 인공지능 열풍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챗봇에 투자사들이 많은 투자를 했는데 실제로 챗봇의 인공지능이 약속한 기능을 해주지 못한 게 많았다. 기술 시연은 되지만 사업화까지 안 되는 것을 많이 본 것이다.” 


김 대표는 기술을 알면 알수록 낙관만 할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고 했다. 그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다”며, 예를 들어 “고객 상담 내용이 산업이나 소비자에 따라 너무 달라 처리가 어렵다”고 했다. 데이터도 어렵고, 이를 적절히 처리해주는 알고리즘을 짜기도 어렵고, 이런 어려움을 함께 견딜 고객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1차 인터뷰때 찍은 사진.


김동신 대표를 만난 것은 이번이 세번째였다. 지난해 5월 실리콘밸리 취재를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찾기 전 한국에서 만나 사전 인터뷰를 했고, 그 뒤 미국으로 와서 함께 저녁을 했다. 정말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쉽게도 <한겨레21>에서는 지면 사정상 따로 인터뷰를 쓰지 못했다. 그런 아쉬움이 남았던 탓이었는지, 인공지능 취재를 준비할때 다시 그가 떠올랐다. 김동신 대표는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미국에 오면 찾아오라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하는 그만큼 기술 동향에 대해 듣기 좋은 이가 없었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도 굴곡이 심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산업의 물결은 똑같다.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한 이야기가 있다. ‘폭풍이 불면 돼지도 날 수 있다. 폭풍이 잦아지면 돼지는 떨어진다.’ 인공지능이 지금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하는 팀이나 사업모델이 있는지 근본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인 구글홈과 알렉사의 예를 들었다. "알렉사의 절대 다수의 사용 케이스는 음악을 플레이하거나, 불을 껐다꼈다 하는 것, 날씨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다. 아이폰의 시리도 그렇다. 알람을 세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금 음성인식 서비스의 8할에 가까운 게 손으로 하는 것과 말로 하는 것 가운데 뭐가 빠를지 애매하다. 사업 밸류로 넘어가려면 실제로 결제가 이뤄지는 것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그는 이 기기들의 기능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제일 답답했던게 대화를 해도 문맥을 이어가지 못했다. 뭐 물어보고 답을 듣고 그게 뭐야 물어보려면, 다시 물어봐야 한다. 그런데 예전에 못 알아듣던 것을 이제는 듣기 시작한다. 많이 늘었다. 특히 음악을 플레이할때 느낀다. 데이타가 모이고 있다는 거다.


정부 차원의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백악관도 인공지능 보고서를 냈는데, 예산을 줘서 밀어보자 이런 게 아니다. 국력을 위해 주목할 필요가 있고, 방해가 될 만한 규제가 뭐 있나 보는 거지, 돈을 주는 게 아니다.”


나는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방식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탑 다운 방식으로 경제를 이끈다는 것은 의사결정을 한게 항상 정답이면 좋은데 잘못 되면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더구나 한나라의 경제가 그렇게 운용되는게 문제다." 


김대표와 대화하는게 흥미로웠다. "다양성이 치고 올라와야 하는데 기업 지배구조나 나라의 경제정책을 봐도 될 것 같은 곳만 밀어주는 방식이다. 탑다운 결정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잡스가 그랬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번 맞는다' 국가나 경제의 규모가 커질 수록 한명이 가지는 정보의 양은 한계가 있다. 다양성으로 힘을 나누고 분산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기업이나 정부가 그런 것을 학습하지 못했다."



인공지능 연구에 열심인 곳 중에 하나가 우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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