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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Mar 25. 2017

뉴스에선 볼 수 없는 삼성전자 주총 이야기

관악산 산신령과 12살 어린이 그리고 160억원이 늘어난 경영진 연봉

2017년 삼성전자의 주주총회가 있었다. 삼성의 창업주 일가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 이를테면 최종 결제권자가 없는 상태에서 삼성전자는 어느 쪽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엿볼 수 있는 자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표이사로서 주주총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은 '이재용' 이름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최근 일에 대해 송구스럽고, 용처(최순실 지원)에 대해 물의를 일으켰을뿐 불법적인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법감정이나 특검의 수사 결과와는 다른 인식을 보여줬다. 이날 초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총 모습을 정리해봤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787866.html


1. 관악산 산신령의 등장

뭐든 첫 질문이 중요하다. 첫 질문은 행사의 향방을 결정하기도 한다. 오늘 삼성 주총의 첫 질문은 자칭 '관악산 산신령'이란 분이 했다. 수염을 기른 산신령은 주총장 찾기가 너무 힘들고, 집에 있는 삼성 PC가 구리다는 이야기를 권오현 부회장에게 한참 했다. 물론 산신령은 "사외이사는 들러리요 홍위병이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ㅋ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마냥 짜고 치는 질의응답이 아니란걸 산신령을 보고 느꼈다. 

2. 12살 어린이의 등장
주총에 처음 참석한다는 가장 나이어린 주주의 질문도 있었다. 다음엔 갤럭시노트7처럼 폭발하지 않도록 잘 해달라는 이야기였다. 권오현 부회장은 "이렇게 어린 주주는 처음 본다"며 "역사에 남을 일"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주주인 이 어린이는 주총 뒤 다른 언론과 인터뷰에서 갤럭시S8이 아닌 LG전자 V20을 사고싶다고 했다.   
또 한 어르신은 주주이면서 소비자인 이들과 회사가 자주 만나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권 부회장은 "나이가 있어서 어려우실지 모르지만 인터넷에 창구가 있다. 여러분이 접근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3. "외국 의결기관의 질문은 처음"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박유경 APG 이사가 주총에 등장해 의견과 질문을 던졌다. 삼성전자가 거버넌스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먼저 이야기한 탓인지 3년전쯤 현대자동차 주총에서 날카롭게 지적하던 폐쇄적인 이사회 이야기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박유경 이사는 "삼성의 쇄신이 완성되지 않았다"며 "기업이 어려울때 경영진이 쉽게 할 수 있는 생각이 우리가 이런 것을 할때인가 생각할 수 있다. 최대한 냉정하게 쇄신과 성장의 모멘텀을 유지하는게 삼성전자와 주주의 이익을 늘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권오현 부회장이 "주총에서 외국 의결기관의 질문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나는 첫번째로 참여하는 삼성전자 주총이지만, 몇해동안 주총을 진행했을 권 부회장이 외국 기관의 질문을 처음 받다니. 한국기업의 지배구조도 답답하지만, 외국 주주들 역시 주총에서 이를 개선하는데 적극적이진 않았던 것 아닌가. (물론 힘을 내세운 엘리엇은 빼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4. 이사보수한도 550억원
삼성전자 이사진의 보수한도가 390억원에서 550억원으로 증액됐다. 이렇게 늘다간 곧 한겨레신문 한해 매출액과 같아질 판이다. ㅎㅎ 이번에 늘어난 보수한도에 대해 권오현 부회장은 2014~2016년의 성과를 2017년부터 장기성과급으로 나눠 3개년에 걸쳐 50%, 25%, 25%로 나눠서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이말인 즉슨, 지난 3년동안 삼성전자 실적이 좋았으니 권 부회장이 올해부터 받을 보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가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스스로 보수를 늘린 꼴이랄까. 한편으로는 지난해 등기이사에 합류한 이재용 부회장의 몫도 커진다는 얘기다. 

한 소액주주는 이사보수 한도 증액을 반대한다며, 삼성이 국민적으로 이미지가 실추됐는데 감사위원회에 있는 검찰총장 출신 송광수 이사는 뭐했냐며 질타했다. 그러게 전관 출신 그가 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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