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했던 팝업스토어가 꽤나 인기를 얻으며 여러 매체에 소개되기도 하고 마케팅 관련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팝업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는데요. 일단 제가 속한 광고주 사이드에서도 광고팀과 담당 브랜드 BM팀이 있었고, 종합광고대행사와 팝업 실행사 그리고 협업을 진행한 크고 작은 브랜드들도 있었어요. 모두가 함께한 프로젝트인 만큼 각자가 성공사례로 브랜딩에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중 한 명이 인터뷰나 각종 대외활동을 통해 혼자만의 성과인 것처럼 포장해 갈등이 있었습니다. 성공한 캠페인이 하나 나오면 내가 했다는 사람이 수십 명에 이릅니다. 조금만 발을 담갔으면 숟가락을 얹는 식이죠. 그 캠페인은 누구의 성과인 것일까요?
빙그레의 디지털 캠페인 '빙그레우스'는 세계관 마케팅의 시초로 손에 꼽히는 성공 마케팅 사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캠페인의 성공 이후 광고주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불만을 공개저격한 대행사 때문에 이슈가 되었습니다. 캠페인의 모든 기획은 광고주가 했고 대행사는 캐릭터 디자인만 했다는 식의 빙그레 미디어전략팀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스튜디오 좋이 반발한 것. 구체적인 대상과 내용을 밝히진 않았으나 맥락 상 빙그레와 빙그레우스 캠페인에 대한 내용이었다.
'좋은 광고는 광고주가 만든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광고주가 선택해야 실행된다는 의미이다. 광고주는 광고 캠페인에 대한 책임자이다. 대행사도 물론 캠페인의 성공여부에 영향을 받지만 광고주만큼 직접적인 압박을 받는 위치는 아니다. 고작해야 다음 비딩에 인바이트 받지 못하거나 대행사가 바뀔 뿐이다. 대행사를 선정하고 안을 채택하고 실행될 수 있게 하는 과정에서만큼은 광고주도 대행사와 같은 배를 타고 나아가는 입장이다. (대행사를 비난하고 광고주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에서가 아니라) 광고주가 오티하고 대행사가 일하는 동안 실컷 놀다가 기획안을 가져오면 그 공을 쏠랑 가져가버리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광고주가 직접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대행을 주는 것이 대행사가 생겨난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광고주는 대행사를 전문가로 대우하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해야 한다. 함께하는 파트너로서의 예의를 지키고 결과에 대한 기여에 대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와 브랜드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캠페인에 대해 충분히 말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한다.
정반대의 훈훈한 사례도 있다. 광고주 우아한 형제들이 대행사 HS애드에 헌정한 광고인데요. 2018년과 2019년 우아한 형제들은 '우리는 본래 같은 민족이었다.'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각종 광고제에서도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는데요. 이에 대한 보답으로 광고대행사가 있는 공덕역 택시 승차장과 지하철 역사에 'HS애드도 우리 민족이었어'라는 광고를 게재한 것입니다.
광고주와 대행사는 더 이상 갑과 을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광고주는 광고 전문가가 가져온 아이디어를 존중해야 하고, 대행사는 광고주의 브랜드가 있기에 성과가 존재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함께 이뤄낸 성과에 대해 지분을 주장하고 다투는 일만큼 어리 석인 일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