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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Lee May 18. 2023

누군가의 첫사랑

미혼녀의 삶

나도 누군가에겐 첫사랑일 수 있다. 

그 상대의 입장에선 나는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이고 늘 그리운 존재인가 보다. 어느 날 갑자기 연락 온 누군가. 

"잘 지내니?" 카카오톡으로 이름이 상대가 지어놓은 닉네임으로 되어 있는 거 보니 나에게는 연락처가 없는 모양이다. '누구지? 보이스 피싱인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 000이야, 잘 지내?" 라며 연락이 왔다. 이름을 보니 언뜻 스쳐 지나간 누군가. 코로나 전에도 우연히 길에서 만나서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내가 번호를 알려주고 나는 상대의 번호를 저장하지 않은 모양이다. 너무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얼굴이 기억도 안 났는데, 프로필 사진을 보니 웨딩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상태메시지엔 결혼 날짜로 추정되는 날짜가 있었고, 그 날짜는 1주일 후였다. 

"잘 지내? 가끔 너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네가 굉장히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았어." 

"안녕ㅋㅋ 진짜 오랜만이다." 

"인스타그램 보니깐 결혼은 안 한 거 같은데..." 

"응. 아직이야 ㅎㅎ 만나는 사람도 없어." 

"나는 곧 결혼해." 

라고 하는 데 '어쩌라고!!! 결혼한다고 자랑이니?'라고 날리고 싶었다. 

"결혼 전에 갑자기 네 생각이 났어. 네가 내 첫사랑이고..... (구구절절)"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 걸까.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지... 계속 연락해도 되냐고 하는 그에게 나는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내가 하는 말에 반대로 행동하듯 계속 연락이 왔다. 

"내가 했던 약속 기억나? 35살까지 우리 둘 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같이 결혼하자고 한 거." 

그 순간 살짝 기억이 나버렸다. 20대 초반인가. 그때 저 말하는 게 유행이었던 거 같다. 어디 영화인지 드라마에서 나온 거 같은데, 대학 다닐 때 남자 후배들이 술 취해서도 "누나 35살까지 솔로면 나랑 결혼해 줘요" 이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들었었다. 

나는 왜 당장 만나고 싶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꼭 35살까지 솔로여야 결혼 하고 싶은 사람인 걸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저 친구의 오랜만의 연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직 그 말이 유효하니? "라고 묻는 저 친구의 말에 너무 당황했다. 그럼 당장 1주일 후의 결혼을 깨겠다는 건지, 나한테 세컨드이 되어달라는 건지.... 그 친구의 의도를 듣기도 전에 나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차단을 했다. 갑자기 정신 차려지면서... 35살이 될 때까지 꼭 결혼을 누군가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잠시 해이했다. 그들이 먼 날짜라고 정해놓은 35살이 곧 오고 있다. 그때까지 저 말을 내뱉은 사람들은 다 결혼을 하고 나만 결혼을 못했다. 저주받은 느낌이다. 

하아 빨리 결혼을 해야겠다. 이제 닥치는 대로 소개팅을 받고, 바깥 모임을 아주 많이 하고, 모든 여지를 열어놔야겠다. 

화가 많이 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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