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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둘리 Nov 28. 2022

말과 글

쓰지 않은 말과 생각들은 어디로 가나.

요즘 내가 궁금한 것은 그런 종류의 것이다. 무의식으로 백업되는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금세 망각되는 것인지. 게으름과 싸우다 생각의 끝에 내린 결론은 하루하루 무수히 떠오르는 무언가 들을 써봐야겠다는 거였다. 재미는 없을지 몰라도 분명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나도 지난 10년은 그렇게 살아왔다. 알면서도 잊은 척, 좋아하지만 아닌 것처럼.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차원의 행복을 안겨주는 대신 내 자유와 시간의 헌납을 강요했다. 힘들다고 취소하거나 해지할 수도 없고 내가 선택한 길이니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나의 육아는 평생 끝나지 않겠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전과 비교 불가한 평정을 찾았다.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고 록음악을 듣고 소설을 읽거나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린 것이다. 쓰는 일도 그렇다. 글쓰기에 이따금씩 갈증을 느꼈지만 다음날이면 소진되어버렸다. 힘든 때일수록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은 억지처럼 느껴졌다. 남이 쓴 몇 줄짜리 글도 헤아리며 읽기 힘든데 내 속의 번민을 끄집어내고 쓸만한 문장으로 만든다는 건 또 다른 종류의 번민처럼 느껴졌으며 무엇보다 내겐 그럴만한 에너지가 없었으니. 그랬던 내가 이제 뭔가를 쓰고 싶어졌다.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그런 루틴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꾹 참고 망설인 말이나 머리를 스쳐간 생각을 글로 적어보려 한다. 어쩌면 하나의 수련이 되겠지. 버티며 잘 늙어가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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