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취향_

재즈, 그리고 빌리 홀리데이

by 비온뒤

"재즈, 매혹과 열정의 연대기"

"재즈를 찾아서"


제가 재즈를 처음 접한 건 대학 때였습니다.

교양 과목을 어떤 걸 들을까- 고민하던 때 재즈에 대해 배워볼 수 있는 수업을 들었을 때입니다.


사춘기 시절엔 대부분의 친구들처럼 아이돌을 좋아했고

고등학생 땐 발라드와 R&B를 듣는다며

당시에 빌보드 차트 순위 곡을 모아서 발매하던 음반을 사며 '유행하는 음악'을 따라가는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선 딱히 고민을 해본 적이 없던 10대를 보냈습니다.


대학을 가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재즈 수업을 들을 때도 곡을 듣고 감상하기보단

어떤 어떤 음악가가 있고, 그들은 어떤 시대를 살았고, 어떤 곡을 썼다-라는 '사실'들을 위주로 머릿속에 넣느라 바빴고, 중간-기말고사를 보며 '맞다 틀리다'에 매달렸었습니다.


그래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학교 수업으로 접한 재즈였지만 그 뒤로 재즈 선율이 들릴 때마다 귀를 기울이게 되고 마음이 꼼지락꼼지락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가평 자라섬에 처음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를 낳기 전까진 매해 10월이면 자라섬을 찾아서 재즈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자라섬에선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았지만 흔들흔들 재즈 리듬 속에서 홀짝홀짝 와인을 마시는 자유로움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서 잊고 살아오다 요즘 다시, 재즈를 듣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제곈 음악이라는 것이 '노동요'에 가까웠습니다.

쌓여 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 우울함이 밀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음악을 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쉼이 익숙해져 가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좋아했던 음악'이 떠올랐습니다.

그저 물 흐르듯이 트럼펫과 피아노 연주가 이어지고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편안함을 주던 음악...


그래서 오랜만에 교양 수업 당시 교재였던 책을 꺼내 들고는 재즈에 대해서 되짚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빌리 홀리데이'를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세상 풍파에 시달려 황량한 사막 같았던 제 마음속에서

모래를 헤쳐내다 보물상자를 발견한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떠올랐습니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고, 느리지만 느리지 않던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노래엔 묘한 온기와 위로가 가득했습니다.


그녀의 대표곡 중 하나인 'God bless the child'에 대해선 이런 일화도 있습니다.

빌리 홀리데이는 엄마와 돈 문제로 싸우고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왠지 그 장면이 머릿속에 상상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 노래가 '자립과 자존'을 담았다고 평가하던데,

돈-경제적인 것들은 인간의 존엄과 자존과 참 많은 연결이 되죠.

그래서 더 공감이 되기도 하고 밝은 것 같은 재즈 선율 속 그녀의 목소리가 자조적이게 느껴지나 봅니다.



제가 대학 때 정말 인기가 많았던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에서도 이 노래가 나옵니다.

초기 시리즈 중 닥터 베일리가 힘든 하루를 보내고 아이를 위해 나지막이 이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인데요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 장면은 정말 마음 깊숙이 각인된 장면입니다.

그 장면을 보고 왜 그리 슬프기도 하고 눈물도 나던지... 아마도 워킹맘으로서의 제 미래를 상상하며 많이 공감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반가운 빌리 홀리데이를 시작으로 요새는 열심히 플레이 리스트를 재즈곡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가을과 어울리는 선율들, 파란 하늘 위에 자유롭게 나는 새처럼 가볍게 마음을 두드리는 비트,

겨울을 재촉하는 찬 바람도 봄바람처럼 느껴지게 하는 이 자유로운 선율들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음악을 들으시면 마음이 가벼워지시나요?

저처럼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으로 하루를 채워보시면 어떨까요?






*사진 출처를 밝힙니다- 재즈, 매혹과 열정의 연대기, 스터즈 터클 지음. 이정듥 옮김. 이매진- 직접 책을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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