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어긋나도 괜찮은, 그래서 더 멋진
러닝 열풍입니다.
저도 출근하듯 달리기를 하는 한 사람이 됐습니다.
매일 아침 아이 등원을 마치면, 예전엔 매일 차를 몰아 회사로 향했지만,
지금은 저를 몰아 집 인근 산책로를 달립니다.
누구와 함께 뛰는 게 아니라 혼자 뛰다 보니 늘 음악이 제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줍니다.
사람마다 달리기 페어링 음악도 다르겠지만,
저는 빅밴드의 스윙재즈를 들으며 달릴 때 가장 잘 달리는 것 같습니다.
달리는 순간이 아니더라도, 스윙재즈는 몸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트럼펫의 귀여운 재간, 드럼의 화려한 박자들, 색소폰의 유려한 선율.
이 모든 것이 서로 엇박으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리듬.
처음엔 제각각인 것 같은데, 어느 순간 하나의 절정으로 절묘하게 묶이는 리듬들.
앞서기도 하고, 살짝 늦기도 하지만 그 미묘한 엇박 사이에서 생기는 리듬이 참 매력적입니다.
달리기를 할 때도 비슷한 감각이 찾아옵니다.
처음엔 숨이 가쁘고, 발걸음은 무겁고, 심장은 크게 요동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호흡과 걸음이 일정한 리듬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나의 의지로 뛰고 있는 건지 뜀박질이 나를 이끄는 건지 모를 만큼 자연스러운 흐름이 생깁니다.
그때의 감각은 스윙재즈 속 그들이 만들어내는 어울림과 닮아 있습니다.
스윙재즈의 핵심은 '엇박'이라고들 합니다.
정확히 맞추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여유,
되려 조금 어긋나야 살아나는 생동감이 스윙재즈만의 매력이고 활력입니다.
달리기도 그렇습니다.
모든 걸 통제하려 하면 몸이 굳고, 리듬이 깨집니다. 몸은 피로해 오고 부상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호흡에 몸을 맡기고- 발의 박자를 믿으며 달리면-
어느새 최상의 컨디션으로 뛰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아침엔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을 들으며 달렸습니다.
쿵짝쿵짝 꽂히는 드럼 비트에 발이 맞춰지고,
시원하게 얹히는 트럼펫 소리에 심장이 신이 나서 뛰었습니다.
어제의 달리기로 피곤했던 다리는 어느 순간 신나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스윙은 듣는 게 아니라, 타는 거'라는 말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빅밴드의 연주를 듣다 보면 그 절묘한 화음에 모든 감각을 집중하게 됩니다.
각각의 악기들이 자신들만의 리듬으로 연주하면서도 결국, 하나의 큰 호흡으로 맞물리는 음악.
달리기도 그러합니다.
심장은 드럼, 폐는 색소폰, 다리는 베이스처럼 각자 자기 역할을 하면서 나를 앞으로 밀어줍니다.
그 리듬을 잃지 않으면 5km가 아니라 10km, 달린 김에 20km도 뛸 수 있을 것 같단 용기가 생깁니다.
다들 인생은 달리기 같다고들 하는데,
달리기 속에서 스윙재즈를 느끼며 삶도 어쩌면 스윙재즈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보다
살짝 어긋나는 그 사이에서 더 풍성한 리듬이 만들어지는 스윙재즈처럼,
인생도 고난이 있어야 행복이 더 소중하고
남들이 다 가진 것, 내가 좀 갖지 못해도 내 인생은 나만의 박자와 템포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조금 느려도, 조금 다르게 걸어도 괜찮습니다.
모두 같은 템포로 살 필요 있을까요? 엇박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만들면 됩니다.
사실, 스윙재즈와 달리기, 거기에 인생까지 더해서 깊은 사색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러 나가며 제가 하는 생각은 단순합니다.
"매일 1시간을 출근에 썼는데, 내 몸으로 1시간 뛰는 거 못할까?, 가자!"
살아내면 살아낼수록, 인생은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도, 결국 돌아 돌아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방법이니까요.
여러분도 내일은 스윙재즈를 들으며 잠깐 걷거나 뛰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