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 끝에 남은 것은?
찝찝할 수도 있는 결말이나
시원한 전개보다는 인물들에 집중해서 봐야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해 본다.
사뭇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초반 도입부를 지나간 뒤에는 삽시간에 지나갈 정도로 몰입해서 보게 된 것 같다.
최근 얘기를 나누던 중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작품인걸 알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형적인 그런 류의 영화였다.
+ 드라마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배역에 캐릭터와 전개 때문에 잘 즐겨보지 않게 되는 것 같은데 영화는 비교적 입체적이고 오히려 현실적이기에 명료하지 않고 주관적이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다.
시각 장애를 가진 소년이 아들로 있는 한 가정에서 벌어진 이야기.
그중 남편이자 아빠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유력한 용의자는 엄마이다.
직접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는 죽음의 실타래를 밝혀나가는데..
전개도 결말도 찝찝하디 찝찝한 영화였다.
언뜻 추리물인 줄 알고 보기 시작하였지만,
치밀하게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을 따라가다 끝나버렸다.
언뜻 헤어질 결심이란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결국 우리가 믿고 받아들이는 것은 객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나라는 존재를 거쳐 필터링된 어떤 결론을 도출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 와중에 여러 인물들의 연약한 부분들까지 표출이 되면서
나는 저러지는 말아야지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이미 저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라고 되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결국 추락으로 이 영화가 시작되었지만
이를 파헤쳐나가다 보면 더 이상 추락은 그 형태도 의미도 남아있지 않은 채
나만의 이상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는데 급급하게 되는 것 같다.
또 작품에서 책/소설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는데
마치 책과 영화와 우리 현실을 넘나들면서 표면적인 나와 내면의 나와의 경계를
허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듯한 느낌도 받게 되는 것 같았다.
글로써 이 영화를 접해도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번
교회를 다니게 된 이유도 상기할 수 있어서 좋았고,
결국 내 삶의 수많은 빈칸들은 누구도 아닌 나의 몫이라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