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와 함께 갔는데 비행기 시간대가 달라서 내가 먼저 싱가포르에 도착하고 친구보다 늦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날 친구가 아침 일찍 떠나 혼자 아침 수영을 즐긴 후 호텔방에 앉아 창 밖에 수영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는데 쨍하고 파란 하늘 아래서 자유롭게 수영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순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맑은 하늘, 센토사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뜨거운 태양, 시원한 수영장
뭐 하나 불쾌할 것이 없고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표정이다.
그런 표정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여행할 때 순수한 미소를 띠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행복한 순간 중 하나다.
여행자들은 얼마 없는 시간들을 만끽하기 위해 모든 세포를 열고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인다.
예측하지 못했던 예쁜 풍경, 비가 그치고 맑아진 날씨, 여행 중 아픈 곳이 없다는 사실, 현실에서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는 사소한 하나하나가 모두 다행, 감사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하면 순수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어 즐겁다.
그렇게 수영장 사람들 멍을 때리다 보니 한국으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채용 공고를 확인하며 다시 취업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는 내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무소속자로 지내며 자유롭게 이것저것 해보는 삶도 좋지만 9월부터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게 되기에 그전에 재취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염려심이 늘 마음에 있었는데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천천히 생각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 그동안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생각해 보니 영상을 만들어서 올려보고 싶었다.
'그래, 한국에 돌아가면 영상을 만들면서 내 색깔을 찾아가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와서 결심했던 영상 만들기를 시작했다.
나와 같은 초보자가 하나의 영상을 기획하고 만들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기까지 꽤나 많은 장벽들이 존재했다.
하나의 벽을 넘으면 다음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고 매 순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과 싸워야 했다.
장벽 1: 어떤 내용으로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많은 초심자들이 처음 부딪히는 벽이지 않을까 싶다.
무슨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난감하다.
회사에서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 있어서 이해가 되지 않아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도 일단 해야 했고 결국 하게 되는데 자발적으로 감이 잡히지 않는 일을 하는 건 참으로 쉽지 않다.
나 역시 혼자 갈팡질팡하다가 어차피 영상 하나 만들어 올려봤자 아무도 안 볼 테니 일단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에 '퇴사 이야기'를 주제로 정해 스크립트를 짰다.
아직 얼굴 공개를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무료 영상 사이트에서 오디오 내용과 맞는 장면들을 다운로드하여 영상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장벽 2: 영상 제작 툴을 다루기가 버겁다.
녹음해 둔 오디오, 필요한 영상 클립 등이 준비되었다면 이제 영상을 직접 만들어볼 단계다.
찾아보니 영상 제작 프로그램들도 수도 없이 많아 어떤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부터 골치가 아프다.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프리미어 프로 프로그램을 선택했고 유튜브 강좌를 보면서 하나하나 따라 해봤다.
오디오 및 컷 편집 방법, 오디오는 놔두고 영상만 편집하는 방법, 배경음악과 오디오 소리를 다르게 조정하는 방법, 자막 자동 받아쓰기 기능 활용하는 방법, 자막 크기와 스타일 바꾸는 방법 등 하나하나가 다 모르는 것들의 연속이다.
막힐 때마다 하나씩 찾아보면서 따라 하는데 중간중간 '때려치울까'라는 마음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그래도 '하나를 만들어보면 다음에는 더 수월하겠지, 지금 잘 나가는 유튜버들도 다 이런 과정을 거쳤겠지'라 생각하며 일단 하나를 끝까지 만들어 보는 데 집중했다.
장벽 3: 기분 나쁜 일이 생겼다.
그렇게 힘들게 꾸역꾸역 영상을 만들어 보고 있는데 아빠랑 통화하다가 말다툼을 하게 됐다.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지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다 때려치울까 생각했는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은 나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사탄의 공격이다'
여기서 무너지면 결국 넌 그런 놈이라며 사탄이 비웃을 것 같았다. (참고로 무교입니다)
이 정도에 굴복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놈이 될 것 같아서 다시 영상 편집에 몰두했다.
장벽 4: 파일 추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드디어 영상 제작이 끝나서 '내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파일 변환을 통해 영상 추출을 하는데 자꾸 에러가 뜬다.
읽어봐도 이유를 모르겠다.
유튜브와 네이버에 에러 현상을 검색해서 이유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는 데 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때 '에휴, 사람들이 보지도 않을 텐데 무슨 영상을 올리겠다고'라는 마음이 올라온다.
때려치울까 생각이 들지만 지금까지 한 게 아까워서 업로드까지 해보겠노라 마음먹는다.
장벽 5: 추출하고 나니 자막이 안 보인다.
아니, 열심히 에러 수정해서 영상 추출이 완료되었는데 내가 열심히 편집하고 다듬은 자막이 안 보인다.
대체 왜!
뭐가 문제인데!
짜증과 화가 나기 시작한다.
자려고 누워있던 남편을 깨워서 같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읍소하기 시작했다.
(그는 컴퓨터공학과를 나왔으며 IT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공돌이기 때문이지)
자기도 영상을 만들어 본 적은 없어서 모른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 이유를 검색해 대기 시작했다.
그러다 남편이 먼저 이유를 발견.
'자막 캡션을 그래픽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것이 이유였다.
혼자 끙끙댔다면 거의 발견하지 못했을 이유였음. 고맙다 남편
그렇게 때려치우고 싶던 순간을 넘어갈 수 있었다.
모든 자막이 제대로 반영된 최종 버전을 확인한 후 유튜브에 올려보았다.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보다는 일단 영상 하나를 편집해서 올려보자는 의도로 시작했기에 업로드했다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한 번 만들어보니 다음에는 10분 정도로 더 짧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의 형태를 유지할지 다른 형태로 제작해 볼지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갈 수 있겠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계속해봐야 한다.
지금 성대한 1인 기업가들도 처음은 미약했을 테니까!
재미없지만 열심히 만들어 본 영상이니 일단 첨부! (재미없으니 보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