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타요가를 하듯이 일하고 살고 싶다

by 김워나

20대 첫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허한 마음을 달래러 핫요가를 등록했다.

고요한 분위기에서 선생님의 가이드를 들으며 넘어지지 않기 위해 몸의 균형을 잡는 시간 동안은 아무런 잡념이 생기지 않았다.

모든 동작이 끝난 후 송장 자세(사바아사나)로 누워 휴식을 취하는 시간은 10분 이내로 짧았지만 온몸의 모든 긴장을 풀었기 때문인지 가끔 곯아떨어질 만큼 깊은 이완을 느낄 수 있었다.

약 한 시간 정도 오로지 나에게 집중한 시간에서 상처받은 마음이 어루만져지는 느낌과 다시 나아갈 힘을 느꼈기 때문에 요가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요가를 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몸에 잔근육이 붙는 것도 좋았다.


중간중간 쉰 적도 있지만 거의 10년 동안 요가를 놓지 않았다.

특히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직장 상사의 갑질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을 때 더욱더 요가를 열심히 했다.

요가 선생님의 동작을 최대한 똑같이 따라 하면서 몸의 자극에 집중하다 보면 내 세상이 오로지 내 숨으로 가득 차는 느낌, 세상에 내가 오롯이 존재하는 자유로운 해방감이 느껴졌다.

무기력했던 날도 요가를 하고 나면 이해되지 않는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어떤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작년 4번째 퇴사를 하고 난 후, 쉬고 있던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배우이자 작가인 문숙 님의 책을 읽으면서 하타 요가를 알게 되었고 한 번 배워보고 싶었다.

아마 아래 대목에서 이런 진짜 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타요가를 연습하다 보면 화가 예상치 못하게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경우도 있고 온갖 감정들이 복받쳐 올라와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기도 한다. 하루 종일 자고 난 듯 몸이 개운해지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기도 하며, 유난히 눈이 선명해져서 평상시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것들이 자세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 다음 차츰 가슴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눈망울이 열리고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출처] 문숙의 자연치유(명상, 요가 그리고 자연식)


그동안 내가 했던 요가들은 다이어트 요가, 힐링 요가, 인요가, 핫요가, 플라잉요가 등이었는데 진짜 전통 요가인 '하타요가'를 경험하고 싶어 하타요가를 가르치는 요가원에 등록했다.


하타요가는 내가 그동안 경험한 요가와는 확연히 달랐다.

일단 어려웠다.

단순한 스트레칭이나 필라테스같이 반복되는 근육 운동이 아닌 몸을 전체적으로 쓰며 전굴과 후굴, 머리서기 등의 어려운 동작(아사나)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의 요가였다.


내 손과 발로 몸통을 들어 올리는 동작인'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를 처음 배울 때 '저걸 어떻게 해?'라고 생각했고 몇 번을 시도해도 내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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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칠 것 같아'

'무서워'

'이게 가능해?'


마음속에서 온갖 잡념과 걱정이 떠오르며 다시 한번 시도해 보려는 마음을 억눌렀다.

그때 요가 선생님이 자신도 해당 동작을 처음 할 때 주저했고 자신의 요가 선생님이 '너는 전혀 너의 손과 발을 믿지 않는구나'라는 말을 했다고.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손과 발을 믿고 몸통을 처음 들어 올려 볼 수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나 역시 내 손과 발을 믿고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내 손발을 믿지 않으면 어떻게 저 자세를 하겠는가.

한 번 믿고 해 보자며 손과 발을 동시에 밀었더니 몸통이 들렸다.

그렇게 처음으로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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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아사나를 수행하는 빈도가 많아질수록 점점 해당 아사나에 익숙해지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는 점에서 하타 요가는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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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에 익숙해지면 그 자세에서 발을 위로 하나씩 높게 들어 올릴 수 있어야 하고 팔을 뒤통수에 대고도 버틸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팔과 다리를 서로 가깝게 움직여 최종적으로 두 발로 몸을 지탱해 올라오는 자세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다음, next가 존재하고 그다음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머리서기도 마찬가지.

아직 머리서기가 완전히 되지 않지만 거꾸로 올라갔을 때 다칠 것 같은 두려움을 이겨내며 여러 번 시도하다 보면 조금씩 등과 복부, 팔의 힘으로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있게 된다.

힘의 균형을 조금씩 잡아가며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던 자세가 어느 순간 될 때 느껴지는 성취감과 희열감은 엄청나다.

마찬가지로 여기서 더 오래 버틸 수 있어야 하고 다리를 서로 겹쳐 위아래로 접었다 폈다 할 줄 알아야 한다.

정말 하타요가는 끝이 없는 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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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하타 요가를 접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아직도 제대로 못하는 아사나가 많지만 내 속도대로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목표하던 아사나와 가까워진다는 면에서 하타 요가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


게임 퀘스트를 깨듯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아사나를 하더라도 더 안 아프게, 더 알맞은 근육을 사용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아 나가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그렇게 하나의 아사나를 온전히 수행할 줄 알아야 다른 동작으로 연결도 가능하다.

지름길은 없다.


명확한 목표가 있다는 것,

하면 할수록 더 잘할 수 있다는 것,

할수록 조금씩 더 올바른 방법을 깨달아 나간다는 것,

스스로 경험하며 깨달아야 한다는 것,

목표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된다는 것.

무엇보다 하나의 아사나를 수행하기 위해 마음에서 올라오는 두려움과 몸의 불쾌함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


내가 하타요가를 좋아하는 이유들이다.

하타 요가와 같은 일을 하고 싶고 하타 요가를 하듯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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