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은 대물림된다

대물림받지 못했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기를 쓰고 키울 것

by 김워나

내가 정의하는 자존감이란 '홀로 평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누군가가 나를 행복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기를 바라지 않는 독립적인 태도이기도 하다.

심지어 그 대상이 자아 분리가 어려운 부모, 연인, 배우자, 자녀일지라도 자신과 별개의 인격으로 인식하고 각자의 욕망을 각자의 것으로 인지하고 존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그렇게 보면 자존감 역시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역량이자 능력이다.


만나면 늘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 마음속 깊숙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존감이 높은 편에 속한다.

그들은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를 '기대'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보는 시선보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더 중요시하기에 남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거나 누군가를 쓸데없이 부러워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하면서도 타인이 원하는 것도 인정하기에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능하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는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함께 일하기도 즐겁다.


내가 살면서 만났던 사람 중에서 자존감이 정말 높은 사람을 두 명 꼽자면 남편과 시어머니다.

남편은 내가 말했던 '자존감 높은 사람'의 모든 요건을 만족한다.


3년 연애 후 결혼한 지 6년이 되어가는 남편은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배려하는 성격이다.

자격지심, 시기 질투와 같은 모난 면이 없어 함께 있으면 편하게 숨 쉬어지는 사람이다.


한 번은 남편에게 물어봤다.


"여보는 남들이 여보를 어떻게 인식한다고 생각해?"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거 아니야?"


이 대답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니.


어떻게 이렇게 속 편한 성향을 갖고 있는가 들여다보니 시어머니의 기질을 빼다 박았다.

시어머니는 내가 존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독립적인 어른'이다.


결혼하기 위해 인사드렸을 때 '둘만 재미있게 살라'고 말했던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아이를 낳으면 많은 희생을 해야 하니 원하지 않으면 낳지 말고 자기 삶을 살라고 하신다.

60이 넘으셨는데도 우리 부부와 자주 등산을 가시고 꾸준히 필라테스를 하며 체력을 기르시는 어머니는 손발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일하면서 자식들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신다.

화날 일도 기분 나쁠 일도 별로 없고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음에 감사해하신다.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남편과 함께 있을 때처럼 마음이 늘 편하다.


얼마 전, 함께 계룡산 등산 여행을 갔다가 들른 카페 정원 돌어귀에 나태주 시인의 시가 적혀 있었다.


행복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KakaoTalk_20230317_133639284.jpg


어머니께 물었다.

"어머니는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누구예요?"

"나 자신, 나는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어머니 대답을 들으니 역시 남편 어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나 자신'이라고 대답하는 남편이기 때문이다.

그때 자존감도 대물림되는 것이라 느껴졌다.




우리 엄마는 어머니와 반대 성향이다.

남들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자신의 삶보다 누구의 부인, 누구의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기 원한다.

어릴 적 '엄마는 꿈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내가 꿈이 어디 있어, 너네가 잘되는 게 내 꿈이지'라고 대답했다.

자식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좋은 조건의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엄마의 꿈이었다.

그만큼 자식에 대한 집착과 잔소리도 심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있는 그대로 인정받기보다 늘 인정받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아이였다.

자존감이 높았을 리 없다.


당연하게도 성인이 될 때까지 내가 한 대부분의 결정에는 엄마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대학도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엄마가 원하는 곳으로 갔었다.


하지만 엄마의 바람대로 선택한 결과는 나와 맞지 않는 선택이라는 것을 느끼고 다시 수능을 치르고 원하는 대학으로 다시 입학했다.

이때 뼈저리게 느꼈다.

결국 모든 선택의 책임은 내가 져야 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는 것을.


그 이후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엄마가 원하지 않는 결정이었기에 치열하게 싸우기도 했다.

그렇게 엄마가 나에게 간섭할 수 있는 여지를 줄여 나갔고 경제적, 정서적으로 완전히 독립한 이후부터 온전한 성인으로 내 인생을 살고 있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며 스스로 선택하는 인생을 살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대학에서 심리학과를 선택해 나 자신을 파고들기도 했고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나는 어떤 걸 잘하고 못하는지, 언제 행복한지, 언제 불편한지, 어떤 사람이 좋고 싫은지 등을 계속 관찰했다.

스스로를 관찰하며 나를 이해하는 연습을 할수록 갈등 상황에서 더 후회가 적을 선택을 하기도 수월해졌다.


내가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조언자가 될 수 있을 때 진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진정 행복하고 싶은데 자존감을 대물림받지 못했다면 기를 쓰고 키워야 하는 이유다.


KakaoTalk_20230317_133638385.jpg 원하던 엄마상을 시어머니로 만나다니,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









작가의 이전글하타요가를 하듯이 일하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