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데, 이게 뭐예요?

가 보고 싶어서, 포틀랜드_여행지에서의 대화

by JH

여행은 질문의 연속이다. 낯선 땅과 낯선 말들 속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야 한다. 여행을 하면서 낯선 곳에 적응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내 마음대로 하거나,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누군가에게 묻거나.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내 마음대로 찾아다니고 행동하는 하는 것은 우선 마음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누군가의 눈치도 볼 필요 없으며,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낯선 사람들 속에서 완벽한 이방인으로 행동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 문화권이나 지역의 룰을 위반하게 되면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다.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은 적절히 현지에 녹아들 수 있는 방법이다. 백종원이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보여준 모습이 이와 같다. 그는 현지 음식점에 들어가면서 주변을 살펴보다 보면 손님들이 보통 가장 많이 시키는 메뉴를 고르고 따라 하면 된다고 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이지만, 무언가 소극적인 느낌이다. 어설프게 따라 하면 죽도 밥도 안된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물어봐야 한다. 나 또한 주변 사람을 많이 의식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처음에는 아무래도 쭈뼛거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 번 물어보기 시작하면 여행에 관한 가장 좋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바텐더에게 술을 추천해달라던지, 에어비엔비 호스트에게 어디에 가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우연히 만난 옆자리 현지인에게 무얼 해야 하는지 물어본다던지. 아무래도 언어의 문제로 얻을 수 있는 정보나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한정적일 수 있지만, 현지인들과 소통하면서 그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는 기회는 중요하다.



특히 나는 여행지에 있는 바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바텐더와 주변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 지역의 친구들이 어떻게 노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도 쉽게 볼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여행에 필요한 맛집과 가봐야 할 곳 등 다양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있다.


앞서 쭉 나열했던 브루어리와 와이너리들은 서울에서 미리 추천받고 간 곳도 많지만, 현지에서 만난 바텐더와 손님들과 이야기하고 얻은 정보들도 많다. 와인을 먹으러 찾아간 워싱턴주 내륙의 작은 도시 왈라왈라에서는 꽤나 재미있는 일도 벌어졌다. 인구 3만이 조금 넘는 왈라왈라에서, 외부에서 온 관광객은 바로 테가 나기 마련이다. 긴 시간 운전 끝에 저녁밥을 먹으러 찾아간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바텐더와 짧은 대화를 이어나가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티를 내자, 옆자리에 앉아있던 어떤 중년 남성이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신은 왈라왈라와 주변에서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지역 사업체들의 온라인 마케팅 홍보일도 겸업하고 있다는 것.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왜 이 곳에 왔는지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와인을 먹기 위해 이 도시에 왔다는 이야기를 하자, 친절하고 자세히 하루 안에 돌아볼 수 있는 와이너리 코스를 짜주기 시작했다. K빈트너스의 찰스 스미스를 원한다면 만나게 해 주겠다는 제의도 해주었지만, 촉박한 일정 탓에 감사하지만 사양하게 되었다.


그 남성과 이야기하다 보니, 식당의 직원들과도 말을 섞게 되었고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어 이방인이지만 전혀 이방인 같지 않은 대화의 중심에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 오래전에 미국으로 입양되어 온 식당 지배인과의 대화, 곧 생일인 어머님과의 식사를 위해 고향에 잠시 들린 중년 여성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녁시간이 훌쩍 지났고 즐거운 대화와 함께 저녁식사를 마치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의 호의를 조심하라는 여행 격언이 있다. 이유 없이 낯선 사람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경계심으로 여행을 다니는 것은 여행의 피로도를 높이고 현지의 즐거움을 전혀 알지 못하게 하는 독과 같은 역할을 한다. 나에게 여행지에서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대화하는 것은 유쾌한 돌발상황을 많이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컬럼비아 크레스트의 호스트 할머님께 인근의 유명한 곳이나,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는지 물었더니, 손으로 정성스럽게 지도를 그려주셨다. 괜시리 마음이 따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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