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개인적인 남자친구 리뷰
스크린 중국어 사이트에 올릴 강의도 밀려 있고, 동아일보 비즈니스 섹션 중국어 코너에 넘길 원고도 마감에 임박한 이 바쁜 시각에 드라마 리뷰라니, 덕질도 쉽지 않다.
박보검의 극성팬으로서, 사실 이번 남자친구는 반가움보다 안타까움이 더했다. 2년 반 만에, 팬들을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 놓고 선택한 작품이 남자친구라니... 1회부터 느껴지는 작가의 부족한 필력, 쏟아지는 안티 기사, 안타까워하는 댓글들, 콩떡 같은 대본을 찰떡 같이 소화해서 그나마 극을 살리고 있는데, 연기력 논란까지 일어나는 걸 봐야 하고... 팬들이 견디기엔 가혹하기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팬으로서, 얼마나 박보검에 감탄하는 기사를 읽고 싶은지, 얼마나 박보검을 지지하는 댓글을 읽고 싶은지, 드라마 방영 다음날 새벽이면 방송 관계자라도 되듯 시청률이 행여 떨어지지는 않았나 분 단위로 체크하며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박보검이 용서가 안될 지경이었고, PPL로 제공되는 음료수를 마시며 "정말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네요"할 때는 민망함에 내 속이 다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넷플리스에서 제작하는 "좋아하면 울리는"의 선오 역할을 맡았으면 맞춤옷을 입은 듯 잘 해냈을 텐데, 그런 알짜배기 역할을 마다하고 외형만 보고 남자친구를 고른 것은 아닐까 속상했다. 누군가의 댓글처럼, 광고만 찍지 말고 최소한 1년에 한 작품씩은 해서 연기의 감이 떨어지지 않게 하고, 작품 보는 눈을 키워서 대본 좀 잘 고르자, 하는 글을 시청자 게시판에 올릴까 고민도 하다가는 피식... 세상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는데, 내 앞가림도 못하는 일개 팬이 세상 잘 살고 있는 박보검에게 충고라니, 이것처럼 우스운 그림도 없지... 하고 그만두었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드라마를 즐긴다기보다는 견디던 중 4회 엔딩이 터졌다. 4회가 끝나면서 박수를 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박보검을 용서한다, 이 한 씬이면 된다. 앞으로 드라마가 더 나아질지, 시시해질지 모르지만, 이젠 마음 편히 볼 수 있다. 실제로 다시 1회부터 정주행 할 때는 진짜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었다. 드라마가 지향하는 바도 새로 보였고, 이것 때문에 박보검이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보다 하는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는데, 현실의 안경을 쓰고 보니 시시해 보였구나... 하는 느낌? (물론 아직도 작가의 필력에는 '좋아요~'를 누를 수 없지만)
사실 모든 드라마가 '1988'이나 '나의 아저씨'처럼 명작일 수야 있겠는가, 명장면이 많으면 좋고, 줄거리에 개연성이 있으면 좋고, 좋은 메시지를 남길 수 있으면 좋고... 여러 가지를 바랄 수야 있겠지만, 모든 것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누군가에게 진정한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장면이 하나만 있어도 그 드라마는 존재 가치가 있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이제 그것을 해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살면서 무수한 삽질을 한다. 그 무수한 삽질 속에 어느 단 하나의 삽질이 의미 있었다면, 그 시절에 낭비한 내 금쪽같은 시간들을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천금 같은 청춘을 낭비했다고 늘 가슴을 치는 내게 문득, 돌아보면 허망하지만 그래도 내내 진심을 다했으니 어느 한순간 의미 있는 한 컷이 있었을지도 몰라... 하고 위로할 수 있게까지 되었으니 참으로 고마운 드라마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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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한 줄 평 : 순정만화 실사 버전 (무려 박보검이 주연인^^)
내맘대로 뽑은 남자친구 명대사 : 저 돈 좀 있습니다 (4회)
(돈 있다는 말이 설레는 말인 줄 처음 안 1인^^)
내맘대로 뽑은 남자친구 명장면 : 찬이네 골뱅이 트럭 타고 새벽에 달려가는 박보검
(누군가에게 저렇게 달려가본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남자친구, 이것만큼은 정말 최고예요~ : 당장이라도 동화 속으로 데려다줄 듯한 삽화
남자친구, 이건 정말 아니죠~ : 박보검에게 저런 맥락 없는 상품 선전 시키지 맙시다, 자막에 띄운 대로 간접 광고만 하는 걸로~.
박보검에게 보여주고 싶은 평론 : http://entermedia.co.kr/news/news_view.html?idx=9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