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계집아이 우선 놔둬보라던 아버지 말에도
해 넘기도록 튼실하게 자라
마지못해 호적에 올려진 나는
한 해 늦은 호적이 늘 부끄러웠다,
실제 나이 마흔 둘, 호적 나이 마흔 여섯인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호적이 어찌 네 살이나 많을 수 있냐 물으면
환하게 웃으며
죽은 언니 호적 놔뒀다 쓴다던 그녀의 처지는
나보다 한 웅큼 더 한심했는데
결혼하는 날 처음 만났던 신랑과
다시 태어나도 함께 살고 싶다며
더 활짝 웃는 그녀 곁에선
구름도 비켜가고, 태풍도 쉬어 가고
파도도 하얗게 부서지며
이를 보이고 웃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