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꼭 그 두부는
그렇게 궁상맞게 먹어야 하는지
연속극 볼 때마다 궁금했다
네가 교도소 앞에서
그 을씨년스러운 자세로
생두부를 움켜쥐어 먹던
이십 년만의 한파라던 그날
나는 머릿수나 맞추러 미팅에 나가
두부 김치를 뒤적이고 있었다
불운은 정말 으깨졌을까
젊음이 뭉개진 건 아닌가 불안했으나
아무도 예감 같은 것에 몸을 떨진 않았다
디디는 걸음마다 붉은 줄을 달고도
네가 피우려던 그 꽃은
어딘가에 피었다는 말 들리지 않고
여전한 한파에 문득문득
서늘한 두부의 감촉만
소스라치게 스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