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되다 만 구름이 낮게 깔리고
단풍이 들다 만 마른 잎이 날리는 오후
사랑이 되다 만 추억이 묻어 있는 탁자에
시가 되다 만 어휘들을 늘어놓고
영웅이 되다 말 아이들과
행복을 이루다 말 연인들의 모습을 내다본다
너희 잘못이 아냐
물기 없는 마른 천둥이 위로를 하고
벽에 걸린 장식용 다이얼식 공중전화
그리움이 되다 만 기억을 불러낸다
그날밤 이 길을 끝까지 가봤으면
이 구름과 저 구름이 만나
눈이라도 내렸을까
앞길만큼이나
걸어온 길도 보이지 않는 흐린 날 오후
되다 만 것들과 되다 말 것들의 협화음
네가 없어 더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