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글 : 숙제 - 도화지와 지우개 )
토끼는 집 옆의 풀을 먹지 않는다
쓴 풀을 좋아하면서도
굴 옆에 수북한 명아주 아랑곳 않고
길 건너 고구마순 따러 간 녀석
고구마 밭에서 잠이라도 들었는지
달빛이 찻길을
하얀 도화지처럼 펼쳐 놓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쿨렁, 잠시 흔들렸던 달빛 거둬진 뒤
검은 색 드러낸 도화지 위에서
물호스 하나, 녀석의 흔적을 씻어내고
녀석이 즐겨 찾던 길가 댕댕이 넝쿨만
자리를 지키며 상주 노릇을 했다
달은 밤마다 찾아왔어도
구겨진 도화지는 지우개로 지워지지 않아
다시는 환히 빛나지 않았다
(1행은 중국 속담일 뿐 사실인지는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