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도 졸며 넘는다는 상동 깊은 산골에
용하다는 점쟁이 사내 하나 스며 들어와
여관방에 아낙들을 줄 세웠다지
밀실에 마주 앉은 서른일곱 우리 시어머니
무례한 손길처럼 파고드는 눈빛에 어질 했다는데
시아버지 명에 살이 끼어
딴 남자를 봐야 풀린다는 점괘에
기다시피 여관방을 나오셨다나
고추 따는 재주 하나로 어찌 먹여 살리나
치마에 매달리는 새끼 넷만 봐도 눈물이 돋고
시아버지 볼 낯은 더욱 없어
외로 돌아누워 주무시던 시어머니
설거지 거리 쌓아놓고 담 밖을 기웃거리며
이 남자를 꼬실까, 저 남정네에게 안길까
홀로 만리장성을 수없이 쌓고 허물다
꽃 흐드러진 메밀밭에서 펑펑 우셨다는데
아낙마다 같은 점괘를 풀어놓던
사내가 통간죄로 잡혀간 뒤론
메밀꽃 같은 시어머니 팔월만 되면
화병 나 드러누우시고
애타던 마음 아랑곳 않는 자식들 놀림 소리만
흐드러지게 담을 타 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