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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Jan 30. 2019

그해 여름

지겨운 백일홍 지지도 않아
칠흙 같은 젊음을 견디던 네 한숨이었지

어쩌다 보게 된 네 무력한 상처
주위의 빛을 모두 삼켜버린 어둠이
내게 스며들어온 그날 이후
까짓 꽃이야 제멋대로 붉으라지
네 험한 말도 내게선 진분홍으로 피었지

꽃 피고 지는 일이 사치였던 가난한 골목,
달빛 누덕누덕 얹힌 담벼락, 그 깊은 그늘에서도
우리 기어이 빛났으리
네가 떼어놓은 별 한 조각,
남은 빛에 기대어 쉬던 스물둘
그 핏빛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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