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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Feb 07. 2019

바기오로 부치는 편지

#시어넣기  숙제

(현사시나무, 허기, 수레, 가벼워지다, 단단하다 - 김수영의 오랜밤 이야기에서 발췌)




사시나무 떨며 우는 소리에

멀리 갔던 눈이 서둘러 돌아와 짝해주면

쌓인 눈 한 줌 덜어내 봉투를 만들고

나무 울음소리 담아 네게 부치지


키작은 해바라기 개나리처럼 무리져

햇살보다 바람에 더 흔들리는

이국의 산기슭에서 너는

그리움 훤히 드러나는 소매 짧은 옷을 입고

깜짝 놀편지를 받겠지


네가 받아 심어놓은 울음이

무성하게 자라는 마당 한 구석

그 그늘에 허지도록 앉아있으면

저녁이 수를 몰고와 남은 빛을 실어가버리는 새

양철지붕을 내리 누르던 짙은 안개 가벼워지

우리 함께 했던 기억만 더 단단해지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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