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넣기 숙제
(현사시나무, 허기, 수레, 가벼워지다, 단단하다 - 김수영의 오랜밤 이야기에서 발췌)
현사시나무 떨며 우는 소리에
멀리 갔던 눈이 서둘러 돌아와 짝해주면
쌓인 눈 한 줌 덜어내 봉투를 만들고
나무 울음소리 담아 네게 부치지
키작은 해바라기 개나리처럼 무리져
햇살보다 바람에 더 흔들리는
이국의 산기슭에서 너는
그리움 훤히 드러나는 소매 짧은 옷을 입고
깜짝 놀라며 편지를 받겠지
네가 받아 심어놓은 울음이
무성하게 자라는 마당 한 구석
그 그늘에 허기지도록 앉아있으면
저녁이 수레를 몰고와 남은 빛을 실어가버리는 새
양철지붕을 내리 누르던 짙은 안개 가벼워지고
우리 함께 했던 기억만 더 단단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