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 이와는
벗하지도 말라는
고즈넉한 우이도에 갔다
빠져나갈 수 없는 곳이라 도둑이 없단다
이렇게 빤하구나, 우리 사는 모양새
다 들여다보여야 꼼짝을 못 한다니
샐 곳 있으면, 도망갈 수 있으면
온갖 짓 다하고 언제 그랬냐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갔을 것을
아는 이 몇만 불러 조용히 결혼하는 게 유행이란다
두 팔 걷어붙이고 말릴 일이다
사돈의 팔촌까지 다 불러다
이 사람과 같이 산다 소문내야 한다
섬 안에 가두어 지키듯
건너마을 최서방까지 커다란 물결 이루어
훌쩍 도망가고픈 마음, 한 발도 내딛지 못하게
도도히 감싸고 흘러야 한다
그 큰 물결 헤치고
넘어지고 깨지며 도망 갔으면
에라, 잘 먹고 잘 살아라
물에 빠져 죽은 이 잊듯
깨끗이 보내도 줘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