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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Mar 08. 2019

개그와 다큐

한남동 오거리에서 출발한 버스

좌회전해서 한강 다리를 건너려는데

청년 하나 쭈뼛거리며 기사에게 다가간다


급해요, 내려 주세요

웃기는 놈일세, 버스가 뭐 택신 줄 아나

화장실 있는 주유소를 그냥 지나쳐

길고긴 한강다리로 올라선다


청년의 다리가 꼬인다

배삼룡 이후 단연 압권이다

급기야는 버스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이제서야 놀란 버스 기사

엉뚱한 곳에 내려주고 줄행랑을 놓는다


아무리 하찮아도 힘은

굴절된 안경을 만든다

남들을 개돼지라 부르던 이의 눈엔

나 사는 것도 개그로 보이겠지


너는 웃기냐, 나는 다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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