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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Sep 21. 2016

첫소풍

세 살, 여섯 살 두 아이

가장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

바닷가까지 갈 차비만 넣고 떠난

젊은 우리 어머니 마지막 소풍


너희를 세상으로 부른 죄

다음 생에 꼭 갚으리라

목쯤에 걸린 참회 알 리가 없는

여섯 살 우리 언니

소풍 간다, 소풍 간다, 엄마랑 소풍 간다

팔짝팔짝 뛰고

뭐든지 언니만 따라 하던

나도 까르르 넘어가고


너무 흥겨운 행차에

차마 끝까지 가지 못하고

바닷가 전 정거장에서 내려

하염없이 걸어 돌아온

눈깔사탕도 솜사탕도 없던 소풍


살림 피어, 소풍마다

이것저것 싸주며 맘 달랬어도

끝내 어머니 가슴에서 지워지지 못한

내 첫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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