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위인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철학가나 스님이 하는 말 말고, 어느 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 하는 말을 좋아한다. 마윈이라든가 박찬호 등등. 그들의 말엔 언제나 건질만한 인생의 고갱이가 들어있다.
중국에 있을 때 보았던 다큐멘터리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노벨 물리학상(생물학상??)을 받은 유럽의 학자를 CCTV 기자가 인터뷰한 내용인데, "본인의 어떤 점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서 이런 업적을 이루게 되었는지?"를 질문하자 그 학자는 "저는 두뇌도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고, 이해력도 특별히 좋은 건 아닙니다. 저는 늘 제가 참 평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뭐야... ) 순간, 수능 만점자가 인터뷰에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예습 복습에 충실했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걸 들은 기분이었다.
별 건질 게 없다고 채널을 돌리려는 순간, 학자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아주 예전부터, 남들과 참 다르구나 하고 종종 느꼈던 습관이 하나 있는데요, 저는 한번도 '내일부터 해야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뭔가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게 저녁 열시여도 늘 그때부터 시작했습니다".
와우, 저거다.
머리를 치고,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했던 한 마디. <내일부터 해야지, 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이런...
난 별명이 <내일부터>일 지경이다. 하도 절제를 못 해서 책상 앞에 <절제>라고 붙여놨더니 동료 강사들이 <선생님, 이거 "내일부터"죠?> 하고 놀린 것도 여러 번이었다.
헬스클럽과 영어학원은 늘 1년씩 끊는다. 돈을 내야 몸이 움직인다는 게 신조니까.
헬스클럽 한 달 다녀본 적 많지 않고, 영어학원은 심지어 1년치 돈 내고 딱 하루만 간 적도 있었다.
주위 사람들이 얼른 환불하라고 다그칠 때도, 난 늘 <내일부턴 꼭 갈 거야>라고 했다.
실은 올해도 8월10일쯤 헬스클럽에 1년 등록을 했다. 그후로 한 세 번 갔을까.
헬스클럽 가려고 집을 나서면, 왜 그렇게 남산이 가고 싶은지.
헬스클럽 등록 안 할 때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던 남산을, 헬스클럽 등록하고는 매일 간다, 이런이런...
헬스클럽이 가기 싫은 것이다, 실은.
남산을 안 가고 헬스클럽을 가겠다고는 말하지 못하겠고, 내일부터는 꼭 하루 건너씩은 헬스클럽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