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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Oct 22. 2022

접시 다이어트 23 - 돈가스

접시 다이어트 23일 : 66.8kg (300g 늘어남 - 방심하고 돈가스를 먹었더니 ㅠㅠ, 총감량 3.7kg)


어제 저녁 - 돈가스 / 야채 등등 (심지어 두 번 먹음, 혼자서, 그리고 남편과 함께;; )



오늘 아침

(300g 빠졌다고 돈가스 먹었더니 도로 300g 쪄서, 다시 얌전히 찐채소로 돌아왔다. 몸은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찐야채 (호박, 호박, 당근, 가지) / 사과 / 치즈 / 땅콩 / 김치




(오늘 점심)

찐야채(단호박, 당근, 가지, 호박) / 나또 / 오이 / 훈제요리 (남은 게 양이 흡족치 않지만, 저녁에 수육을 먹을 예정이므로 이 정도만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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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라는 말이 표준어라는 데 영 불만이 많은 일인이다. 그렇게 정한 이유야 충분하겠지만, 국민정서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자장면> 해프닝을 기억하시는지. 맞춤법 개정 후 방송에서 그렇게 돈을 많이 들여서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라고 선전했어도 결국 <짜장면>을 이기지 못하고, 도로 짜장면이 되지 않았던가.

물론 중국어 발음으로는 자장면이 더 가깝다는 거야 내가 직업상 누구보다 더 잘 알지만, 그래도 우리가 쓰는 말은 중국어랑 똑같아야 하는 건 아니다. 우리 정서에 이미 짜장면이면 짜장면인 거지, 갑자기 자장면이 뭔가. 돈가스도 그렇다. 돈가스라고 발음하면 내 느낌엔 영 <돌아버린 가스> 같다. 하여간... (내 느낌엔 일이 년 안에 분명 도로 <돈까스>로 돌아올 것 같다, 아니 혹시 경음화되는 건가? 돈가스라고 쓰기만 하고 돈까스라고 읽어야 되는 걸까?  그렇다면 불만 없다^^.)


첫사랑과 연관된 음식을 가지고 계신지?  내게는 돈가스가 그렇다. 대학 시절이었는데 과사람들이랑 같이 우르르 분식점으로 몰려간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메뉴가 나왔는데, 그중 돈가스에 소스가 너무 치사하게 올려져 있었다. 보통은 소스가 듬뿍 돈가스를 덮고 있는데, 그날은 돈가스 위에 소스가 동그랗게 얹혀있는 모양새였다. 그때 그 사람이 <얼라가 똥 싸논 거 같다>고 말했는데, 그 기억이 오래 남았다. 시로 쓴 게 있어서 아래에 옮겨온다.


첫사랑을 하시는지? 되도록 잘 되시길 바란다. 주위를 보면 첫사랑과 결혼한 사람들은 주로 행복하게 사는 듯했다.  괴롭고 슬픈 첫사랑을 하시는지?  얼른 털어버리시길.

나는 어떻냐고? 지금은 첫사랑보다 돈가스가 더 아련하고 그립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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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출간될 <먹고살기歌 >중에서)



돈가스 / 이형란




얼라가 똥 싸논 것 같다

동그마니 얹힌 소스를 보고

라와 똥에 강세를 주며 그가 말했지

까르르 웃는 이도

이마를 찌푸리는 이도 있었지만

내겐 그 말도 향기로웠지


라와 똥에 스텝을 맞추며

길을 걷기도 하고

라와 똥에 손가락을 튕기며

비를 구경하기도 했지

강약 없는 말은 싱겁게만 들리고

온 세상 음악이

라와 똥에서 톡톡 튕기며 날아다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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