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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Oct 23. 2022

접시 다이어트 24 - 감자 부침개

접시 다이어트 24일 : 66.2kg (그제 대비 300g 감량, 총감량 4.3kg)



어제 저녁

찐야채 (단호박, 호박, 당근) / 돼지수육(사진 외에 남편이 남긴 걸 더 먹었다) / 오이 / 감자부침개(예쁘게 부쳐진 건데 접시에 담느라고 구겼다) / 보쌈김치


돈가스 때문에 300g 늘어나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도로 빠졌다(나또의 힘??).  찐야채를 계속 먹어줬더니 살이 안 찐 듯하다.


오늘 아침도 찐야채와 훈제오리를 접시에 담아먹었는데 사진 찍는 걸 깜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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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 사람(무늬만 부산사람^^), 남편은 강원도 사람이다. 난 잡식성이고, 남편은 오리지날 한국인의 식성을 가졌다.


결혼 초기에 같이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 나는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았다.

당시는 90년대여서 같이 어학연수를 갔던 많은 후배들은 중국에 대해 그저 더럽다는 인상 밖에 없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주부인 상태로 어학연수를 간 거여서, 후배들과는 보는 관점이 많이 달랐다. 시장에 가면 성비가 정확히 5:5였고(그 시절 한국은 여성이 95% 정도였다), TV를 보면 음식 만드는 장면의 절반은 남자배우였으며, 여자가 앉아서 TV 리모콘만 돌리고 남자가 열심히 밥을 하며 부부가 대화하는 장면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사먹을 수 있다니, 거기가 주부의 천국이 아니고 뭐겠는가.


게다가 중국은 음식의 천국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뭐든 먹을 수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전제가 있다. 중국음식 특유의 향신료 냄새를 견딜 수 있다면, 이라는.

나는 문제 없었고, 고수 등은 심지어 좋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문제는 남편이었다. 중국 음식을 몇 번 먹어본 후에는 남편이 선언을 했다. 하루 한 끼를 먹어도 좋으니 한국 음식을 해달라고.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음식 때문에 괴롭다는 사람을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음식의 천국에서 중국음식 몇 가지 못 먹어보고 매일 시금치 무치고, 된장국 끓이면서 어학연수 시절을 보냈다.


우리와 비슷한 커플이 또 하나 있었는데, 그쪽도 남편이 강원도, 아내가 서울이었다. 아내는 뭐든지 다 잘 먹을 수 있었는데, 이 남편되는 사람은 우리 남편처럼 선언을 한 것은 아니었어도, 중국음식만 먹으면 설사를 했다고 한다. 역시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아내가 김치까지 담궈먹으며 유학생활을 했다.


한번은 우리 남편 생일이 되어 내가 그 커플을 초대했는데, 맛없는 중국 감자로 만든 감자부침개를 그쪽 남편이 무척이나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속으로 "아, 정말 강원도 사람이구나"했다^^. 우리 엄마도 강원도 사람이라 감자를 좋아하셨다. 엄마는 감자 옹심이를 좋아하셨는데, 남편은 감자 부침개를 좋아한다.

어쩌다 메인 반찬이 시시할 경우에는 감자 두 개를 꺼내든다. 감자부침개를 해놓으면 한 끼가 부족함이 없다.


우리집 감자부침개에는 감자만 들어간다. 그냥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물기를 좀 숟가락으로 덜어낸 후 암염만 살짝 넣어 후라이팬에 부치면 끝이다. 물론 후라이팬이 헌 것이어서는 모양이 안 난다. 혹시 뒤집는 데에 자신이 없다면, 국산 감자전분을 살짝 넣어도 된다.


(Tip : 감자 아깝다고 끝까지 갈 생각은 말 것, 잘 드는 강판일수록 손가락도 잘 갈린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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