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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Oct 24. 2022

접시 다이어트 25 - 섬초

접시 다이어트 25일째 - 65.9kg (300g 감량, 총감량 4.6kg, 아자아자^^!! )



어제 저녁

찐 야채 (단호박, 호박, 당근) / 시금치 / 등심구이, 마늘 / 두부조림



오늘 아침

찐 야채 (단호박 / 호박 / 당근), 계란 후라이, 사과, 시금치, 두부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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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가격이 드디어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시금치 한 단에 6,500원이라니, 정말 미친 거 아닌가.

시금치, 계란, 두부, 배추.... 이런 것들은 좀 살살 오르자, ㅠㅠ.


간만에 시금치 가격이 가벼워보여서 2천원어치 사왔다, 심지어 섬초를.

섬초라는 말을 알아들으신다면 당신은 먹는 것에 진심인 우리편이다^^.


시를 쓰다보면 밴드 활동을 하게 된다. 함께 쓰고 배우며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있는 밴드에서는 매달 시 경연대회를 해서 인기투표에서 뽑힌 사람에게 이런저런 상품을 주는데, 시의 수준들은 그럭저럭이지만, 상품의 수준이 ㅎㄷㄷ하다^^.  나도 한번 별로 높지 않은 수준의 시로 상품을 받게 되었는데, 그 상품이 무려 비금도 섬초 한 박스였다. 그렇게 별것 아닌 시를 쓰고, 그렇게 맛있는 섬초를, 그것도 한 박스나 받다니 너무 황송한 일이었다.  


그래서 시금치 감사하다고 달랑 한 마디 올리기가 죄송해서, 섬초를 가지고 답시를 써서 올렸다. 그런데 밴드에 속한 어떤 이가 나중에 댓글로 알려줬는데, 자신은 이 시를 읽고 울었다고 한다. 딱히 잘 쓰지 못해서, 이번 시집에도 못 싣는 시인데, 자식 키우는 일을 소재로 삼다보니 느껴지는 게 있었던 것 같다. 시의 수준을 떠나, 누군가의 가슴을 울린 시라고 생각하니 애착이 가서, 여기로 가져와봤다.


자식을 키우시는지? 온실에서 키우면 그 자식은 나처럼 나중에 살면서 내내 고생한다^^. 곱게 키워줬다고 자식이 감사할 줄 아는 것도 아니다^^. 용감하게 조금씩은 밖으로 내돌리면서 키우시길. 오히려 섬초처럼 튼튼하고 내실 있게 자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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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  이형란






아들이 집을 나갔다고?


품안에 가두려니 튕겨나가지


햇빛을 가리면 곧게는 클지 몰라도


위아래 굵기가 똑같아 바람에 못 견뎌



울지마


금슬 좋은 부부에 엇나가는 자식 없대


햇볕도 쬐고 바람도 맞아


섬초처럼


구리빛 얼굴에 밑둥 굵어져 들어올 거야



기다릴 뿐인 시간 없이는 스미지 않는


잎 사이 흙때의 소소함과 나른함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남 앞에 굽히지 않는 빳빳한 앞면과


제 사람에게 보이는 보드라운 뒷면도


묻혀온다면 제대로 사내맛도 나겠지



전화하지 마


집 나간 애가 전화 받겠어


카드 들고 나갔다니 돈이나 넣어


바다 바람 쐬고 오라고


문자 보내두고



비금도 가는 뱃길도 알려주면


평생 기억나는 나들이가 될 거야


울음바람 그만 하고 놀러와


시금치도 훌륭한 안주인 거 알지?


막걸리 한잔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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