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란 Nov 04. 2022

텀블벅 펀딩 목표 달성했어요

시집 <먹고살기歌>을 위해 텀블벅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https://link.tumblbug.com/giOQF8ohGub


1인 출판 카페에서 선배님들의 경험담을 들으니

대부분 1,2일에 지인들이 후원해주는 게 다라고 하더라고요.

제 경우에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고요.

이제 이틀 됐고요, 

실질적인 목표액이었던 480만원을 달성했습니다.


이하는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입니다.

브런치 식구들과도 공유하고 싶어서 올립니다.


--------------------------------------------------------------------

< 42세에 가졌던 시인의 꿈을, 여러분이 이루어주셨습니다 >


먹고살기歌 작가인 이형란입니다.

후원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이하는 좀 깁니다. 바쁘신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고

감사하다는 인사만 기억하셔도 좋겠습니다.)


-----------------------------------------------------

텀블벅에 써넣은 목표금액은 50만원이었고요,

그래서 달성율이 1000%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되었는데요^^

목표금액을 너무 높게 잡으면

혹시 달성이 안되었을 경우 후원을 도로 다 취소해야 하고 복잡해져서

목표금액은 작게 잡는 게 좋다는 경험자들의 말을 듣고 낮게 설정한 거고요.

실제 목표금액은 480만원이었습니다.


<시집 출판 비용>

편집, 배급 - 300만원 (500권, 모던포엠사) - 시집 전문의 좋은 출판사여서 좀 비싸요.

삽화 - 100만원

서평 - 30만원

삽화 촬영 - 10만원

표지 에폭시 - 40만원

구체적인 항목은 이렇습니다. 


출판사에 내는 비용이 좀 비싸지만, 시인들 사이에서는 알아주는 출판사니까 인지도 비용이라고 생각하고요,

표지 에폭시 비용은 많이 아깝고요^^, 

삽화와 서평은 지인찬스로 너무 적게 드려서, 후원이 좀 더 되면 좀 정당한 비용으로 정산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실질적인 목표금액을 달성했으니, 초과로 달성하는 부분은 출판부수를 좀 늘리고, 홍보를 하는 데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홍보라는 게 밑빠진 독에 물붓기여서 얼만큼 어떻게 해야할지는 조금 더 연구해보겠습니다.


------------------------------------------------------------------------------------


중국어 강사가 시집을 낸다니까 엉뚱한 생각이 드시겠지요.

시를 처음 썼던 것은 42세 추석 연휴 기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시를 다섯 편 써서는, 처음 쓴 시가 신기해서 어딘가에 올리고 싶었겠지요.

제일 큰 다음 시카페에 가입하고는, 자작시 올리는 곳에 다섯 편을 올렸습니다.

3만명이나 있는 큰 카페였는데,

그 게시판에서 제 시를 읽은 한춘화 시인이 민영기 시인에게 추천해주셔서 저를 <마음의 행간>이라는 시카페로 불러주셨습니다.

"거기는 아무나 다 들어가는 데예요, 우리한테 와요, 여기는 진짜로 시 쓰는 사람만 있어요"

솔깃해서 가입을 했는데, 카페지기가 제게 쪽지를 보내준 날을 아직 잊을 수 없습니다.

49세의 여성분이셨는데 이런 쪽지를 보내주셨습니다.

"42세, 꽃다운 나이군요"


저는 그날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25세~30세까지 타일공으로 일하고,

30세~32세까지 어학연수를 하고

32세에 정식 첫 직장을 가고

37세에 강사를 시작하고...

뭐든지 다 늦고, 또 늦고, 정말 늦었다고 생각하고 조바심내던 시절,

<내가 꽃다운 나이구나...>

라고 생각하니 설레서 잠이 안왔습니다.


저는 감성이 지나치게 풍부해서 사회에서는 늘 겉돌았습니다.

<전두환 타도>를 외치던 경직된 80년대 대학 시절

"학생회관 앞에 꽃이 피었어요!!"하고 외치다 학회실을 썰렁하게 만들던 기억도 있고요.

아직도 바람부는 날이면 통제가 안되게 설레는데

'혹시 태풍 오는데 나 혼자 좋아하나' 조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를 쓰는 사람들과 알고 지내다보니 그곳이 제가 있을 곳이더군요^^.

"아침에 나오는데 연두색이 예뻐서 눈물이 났어"

이렇게 얘기하는 언니가 있어도, "맞아맞아" 이런 대꾸만 있지,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고요,

음식점에 가면 금방 줏어온 꽃잎을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내서 술잔에 넣는 사람도 있고요.

꽃이 피면 꽃이 핀다고 절 불러주고, 눈이 오면 눈이 온다고 절 불러줬습니다.

꽃이 피어서 절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참 행복한 일입니다^^.

시를 쓰는 일은 내내 재밌고 행복했습니다.


42세에 가졌던 시인의 꿈, 여러분의 후원으로 이제 이루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행복하시길요.

혹 저처럼, 생계와 관계없는 꿈 하나쯤 가지신 분 있다면, 모두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프로젝트 끝나는 날 다시 인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꾸뻑꾸뻑.


매거진의 이전글 시 써서 처음 돈 받았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