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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Oct 07. 2022

시 써서 처음 돈 받았어요

수필로는 책도 한 권 내 보고

이런저런 값나가는^^ 상품을 받은 적이 두어 번 있었어도,

막상 잘 쓰고 싶은 시로는 맥심 커피 한 봉지도 못 받아봤는데

드디어!! 나로서는 거금인 30만원!!을 처음 받게 되었다.


(브런치도 처음에는 시 작가로 들어온 건데

조회수가 많은 건 중국어 컨텐츠 ㅠㅠ)


사실 요즘 문단에는 500만원, 1000만원... 이런 거액의 상금이 걸린 공모전이 많아서

30만원은 등단도 되지 않는 시시한 것이지만

뭐, 나로서는 감동, 또 감동이다.


비하인드라면

역시 시로만 받은 상금은 아닐 것이라는 점.

딱히 잘 쓰지 않은 시를 내고 별 기대도 않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이번 공모전은 <작품 해설>을 함께 내야 하는데

작품해설을 내지 않았다고.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딱!

아, 30만원은 받겠다, 하는 필이 왔다.

왜냐? 난 산문을 잘 쓰니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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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인권작품 시부문 우수상)



따블  /  이형란




내가 죽던 날엔 눈이 왔죠

사다리차가 오질 못했어요

쓰레기차를 크레인에 매달고 타라더군요

싫다고 했죠, 사람 타는 게 아니잖아요


따블!

어떻게 됐냐고요?

오층 높이에서 쓰레기차 밑이 열렸어요


고속도로 출구를 놓쳤는데 승객이

따블!

후진하다가 온 기사도 있고요


시간 내로 끝내면

따블!

대충 볼일 보려다가

엘리베이터 설치 전 휘장 속으로

발을 내디딘 페인트공도,


퇴근하려다가

따블!

인천으로 번개 뛰던 퀵 기사도

여기 같이 있어요


된장찌개, 고등어구이가 날 기다렸는데

오는 길에 냄새만 맡았어요

내가 있던 현장은 요즘도

아침마다 체조를 하네요

안전! 안전! 소리도 빼놓지 않고요


왜 이렇게 외치지 않을까요

따블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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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낸 작품 해설>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시절의 경험을 시로 옮겨보았습니다.


고층 외벽 공사가 급한 날이었는데, 큰 눈으로 사다리차가 오지 못하자 현장측에서는 노동자를 쓰레기차에 태워서 올려보내려고 했습니다. 쓰레기차는 쓰레기 하차장에 가서 들어 올려진 후 바닥부분이 열리면서 쓰레기를 투하하게 되어있는 구조여서, 노동자는 당연히 만의 하나를 걱정하여 올라가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현장 측에서 처음에는 따블, 나중에는 따따블을 불러서 결국 노동자가 쓰레기차를 타고 올라가다가 건물 5층 높이에서 밑부분 걸쇠가 풀려서 추락해서 사망했습니다.


저는 고층에서 시신을 내려다보았는데, 다리가 180도로 벌어져서 고인의 귀 옆에 붙어 있던 그 장면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습니다.


시는 노동자가 저승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연으로 그곳으로 온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얄팍한 금적적 이득으로 노동자를 생명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 것 또한 인권유린으로 보았으며, 그런 인권유린으로 잃게 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따뜻한 일상이라는 것을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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