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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Sep 21. 2016

금복주가 그립다

사는 게 맹물처럼 밋밋해진 것은

정말 이슬 같다고 선전해대는

속없는 소주 때문인 것 같아

자꾸 어깃장이 놓아진다


그렇지 않아도 부평초 같은 인생

더 세게 흔들리라고

늘씬한 아가씨가 시범까지 보이며

흔들수록 순해진다고 속삭인다


원래 우리네 민초들이란

평소엔 흔들흔들 별 볼 일 없어도

진짜 거센 바람 불어올 땐

하초에 묻힌 힘 끌어모아

불끈 일어서는 게 한 멋이었는데


끝을 모르고 순해지기만 하는

소주를 마시고서야

그저 몸을 눕히는 일만 남지 않겠는가


삼십도, 삼십 오도

그래 한 번 독하게 맞서 보자

뜨거운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면 허리 풀고 앉아

내 복이 더 크냐, 금복주 네 배가 더 크냐

재보며 허세 부리던 때가 그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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