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맹물처럼 밋밋해진 것은
정말 이슬 같다고 선전해대는
속없는 소주 때문인 것 같아
자꾸 어깃장이 놓아진다
그렇지 않아도 부평초 같은 인생
더 세게 흔들리라고
늘씬한 아가씨가 시범까지 보이며
흔들수록 순해진다고 속삭인다
원래 우리네 민초들이란
평소엔 흔들흔들 별 볼 일 없어도
진짜 거센 바람 불어올 땐
하초에 묻힌 힘 끌어모아
불끈 일어서는 게 한 멋이었는데
끝을 모르고 순해지기만 하는
소주를 마시고서야
그저 몸을 눕히는 일만 남지 않겠는가
삼십도, 삼십 오도
그래 한 번 독하게 맞서 보자
뜨거운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면 허리 풀고 앉아
내 복이 더 크냐, 금복주 네 배가 더 크냐
재보며 허세 부리던 때가 그리운 것이다